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졌다.

이 말을 써도 될까

by 피오마
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졌다.


이 말을 써도 되는지 망설였다. 실은 한 달 전에 이 글을 쓰려고 했지만 참았다. 이렇게 글로 써버렸는데 다시 관계가 나빠질까 봐 그랬던 거다.


그럼에도 일단 쓰기로 마음먹었다. 엄마와의 관계가 계속 좋았다 나빴다 반복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기에.


엄마가 몇 달 전 몸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았고 조직 검사 결과 다행히도 악성은 아니라 추적 관찰이 남아 있다.


수술을 받을 당시에 엄마는 굉장히 어린아이 같았다. 수술하고 다음날 퇴원해도 되는 정도라 당사자가 아닌 나는 조금 가볍게 생각했다.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렇게 아이처럼 울고 불고 하는 걸까'

'동네방네 소문 내서 사람들을 그렇게 오게 했어야만 하는 걸까'


퇴원하고 남편 차로 엄마를 친정에 모셔다 드리는 차 안에서 또 버럭하고 말았다. 오랜 기간 동안 쌓여온 무언가 때문에 분노 버튼이 쉽게 눌려진다. 상대가 내가 어떤 부분에 화르륵 분노하는지 알면 좋겠지만 그건 욕심이겠지.


아무튼 엄마가 분노 버튼을 눌러 버렸고 난 또 미친 듯이 화를 냈다.


아마 그 상황을 처음 보는 사람은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난 왜 그렇게까지 분노를 표출해야만 했을까.


그렇게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아무런 대화 없이 하룻밤을 자고 서울로 올라왔다. 조직 검사 결과를 들으러 일주일 후에 엄마가 다시 서울에 왔고 함께 결과를 들었다.


악성이 아니라 추적 관찰하면 된다는 말에 안도했다. 그런데 그날은 웬일인지 엄마의 표정도 부드러웠고 내가 너무했나 하는 생각으로 일주일을 보내서 그런지 잘하고 싶었다.


평소 같았으면 엄마가 손 잡아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했을 텐데 그날따라 그냥 잡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손을 잡아줬더니 엄마가 환하게 웃는 것이었다. 그게 뭐라고...


가족은 참 이상하다. 그렇게 죽일 듯이 미워해 놓고 손 한번 잡는 것에 마음이 스르륵 풀릴 수 있다는 게.


이때다 싶어서 엄마에게 얘기했다. "엄마, 이제는 내가 어떨 때 확 분노가 차오르는지 좀 알 것 같지 않아? 진짜 내가 싫어하는 것만 좀 제발 하지 말아 줘."


그랬더니 엄마가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아프고 난 뒤라 그랬는지, 결과가 좋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날 그렇게 함께 저녁을 먹고 엄마는 집으로 갔고 그 후부터 관계가 나아졌다.


하지만 가족 사이가 늘 그렇듯 또 분노할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래도 이제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덜 분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작가의 이전글또 무너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