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제일 어렵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쉬운 것도 아니지만

by 피오마


기록을 보니 작년 10월에 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글을 썼다. 그럼 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과연 어떨까.


관계가 더 나빠지거나 한 건 없지만 소원해진 느낌이 든다. 원래 자주 안부 인사를 주고받고 일상을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관계가 좋아졌다고 해서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이 정도를 엄마와의 적당한 거리라고 내가 선을 그어버린 듯하다. 여기서 조금 가까워지면 또 예전처럼 다툴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알기에.


그런데 요즘 또 다른 고민은 아빠와의 관계다. 솔직히 아빠에게도 그동안 쌓여온 감정이 있었지만 엄마와의 관계에 몰두하느라 잊고 있었다.


한쪽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생각하니, 다른 한쪽이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랄까.


누구네 자식이 뭐를 해줬다더라, 티브이를 보다가도 연예인 누구가 아버지한테 그렇게 잘하더라, 차 좀 바꿔라, 서울 집값이 아무리 비싸다 해도 다들 대출 7~80프로 끼고 내 집 마련하더라 등등...


예전에도 이런 이야기가 듣기 싫었지만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하지만 엄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빠에게도 한계치가 왔나 보다. 그냥 넘기는 게 안된다.


이제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들이받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에는 나름의 서사가 있다. 그런 서사를 쏙 빼고 아빠가 듣기 싫은 소리 좀 한다고 딸이 아빠한테 대든다는 결과만 이야기하면 딸이 이상하고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다.


물론 그냥 넘어가는 딸들도 많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다르니까. 그게 그냥 넘겨지지가 않으니까. 하지만 더 문제인 건 그렇게 대들고 나면 속이 시원하냐는 건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부모에게 사과를 기대하지도, 부모가 바뀔 거란 기대도 하지 말라는 글귀를. 그래, 이론상으로는 잘 안다. 하지만 늘 현실에서는 이론이 지기 일쑤다.


그래서 어제저녁에도 그렇게 일을 저질러버렸다. 오랜만에 아이들 보러 놀러 온 아빠와 기분 좋게 저녁 식사를 하다가 늘 그렇듯 나를 찌르는 말을 계속하는 아빠를 참지 못했다.


걱정돼서 한다는 말. 그 말들이 상대에겐 공격으로 느껴지는 걸 알기나 할까. 모르니까 하겠지.


굉장히 찜찜한 마음으로 오늘 저녁도 함께 해야 한다. 이렇게 한풀이 글을 썼으니 오늘 저녁은 어떻게든 그냥 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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