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애순이라면...
요즘 많은 사람들의 인기 속에 방영 중인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제주 방언이다.
왜 드라마 제목을 매우 수고했다는 의미로 지었을까 하는 건 드라마를 보면 알게 된다. 힘든 나날을 살아낸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말이라는 것을.
문학 소녀였던 애순이는 풍파를 겪으며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가 되었지만 소녀 같은 모습은 남아 있다. 애순이는 작은 일에도 기뻐할 줄 알고,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성격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어릴 적 엄마의 큰 사랑을 받은 덕분이다. 가난한 삶이었지만 애순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만큼은 부족함이 없다. 딸이 속상해하면 딸보다 더 많이 속상해하고 아파하며 큰 위로를 건네주고 남들이 뭐라 하든 딸이 최고라 말해주는 엄마다. 애순이가 열 살 때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애순이는 엄마가 주었던 사랑 덕분에 힘든 삶도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 '살면 살아진다'는 엄마의 말이 큰 힘이 되어 참척(慘慽)의 고통 속에서도 버티고 버티며 살아낸다.
애순이 같은 어려운 시대를 사는 것도, 참척의 고통을 겪은 것도 아니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사는 건 누구에게나 버겁다. 저마다의 이유로 힘든데도 살아지는 건 힘이 되는 무언가가 있어서다. 나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엄마라면 내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살아보지 않은 삶이라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덜 힘들었을 것 같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애순이가 참 부러웠다. 애순이의 힘든 상황은 싫지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은 것은 참 부럽다.
어쩌면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게 아니라 엄마 나름의 표현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미성숙한 인간이 미성숙한 인간을 낳아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