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하고 아낀다는 말

낮은 자존감을 물려준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by 피오마



부모의 행동은 전혀 그렇지 못한데 자식에게 존중하고 아낀다고 한다면 그걸 어떻게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식은 전혀 존중하고 아낌 받는다고 느끼지 못하는데 말이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너를 아끼고 존중하니 자신도 존중해 달라고 하는 거다. 자식을 존중한 적 없으면서 자신은 존중받고 싶다는 이기심을 내비치는 것밖에 안된다.


존중하고 아낀다는 말은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특히 가족 간에는 그냥 쉽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서로 끈끈한 정이 없고, 각자의 방식만 고집할 뿐이며, 그저 의무감으로만 유지되는 가족은 그냥 그 자체로 힘든 짐이다. 집안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경험, 각자 서로를 피하며 일이나 바깥 활동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홀로 느꼈던 무력감과 외로움의 경험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고 다들 멋모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 뒤늦게 어려움을 느낀다. 누구나 화목한 가정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저 그때끄때 상황에 맞게 각자의 방식대로 최선이라 생각하며 사는 것이고 그게 옳은 것이 아니었음을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린 뒤에 깨닫게 된다.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구멍이 커지고 가족 구성원 간의 마음의 거리는 멀어져 버린다.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부모에게 진정으로 존중하고 아낀다는 말을 듣는다면 쉽게 인정할 수 있을까. 삶에 대한 애정을 가져본 적도 가족 간에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모습도 본 적 없는데 말이다.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고민을 터놓았을 때 걱정하는 마음으로 경청해주지도 않고, 서로의 힘듦을 보듬어준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존중하고 아낀다고 말할 수 있을까.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건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충분한 정서적 교감을 나누었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부모와의 정서적 교감이 충분하지도 않았고 홀로 우울한 생각에 빠져 살아온 아이는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다. 부정하고 싶지만 자존감은 전적으로 가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부모를 보며 자란 자존감 낮은 아이는 상처받고 무시받기 싫은 마음에 자기 방어로 사람들과 친해지려 하지 않는다. 가족과도 잘 지내지 못하는데 어느 누구와 관계를 맺고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크다. 그렇게 점점 더 부정적인 사람으로 외로움과 고립감에 빠진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일단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데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 낮은 자존감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비록 부모에게 낮은 자존감을 물려받았지만 자신의 대에서 끊어내고 아이에게만큼은 더 나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말 애를 써야 한다. 받아본 적이 없어서 할 줄 모른다는 핑계로 부모와 똑같이 아이를 대한다면 아이도 똑같은 상처를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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