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등학생으로 살아남기

4년 전에 있었던 일

by 재연

벌써 2021년에 다섯 번째 달이 왔다. 5월은 나에게 꽤 의미 있는 달이다. 생일이 있기 때문이다. 생일이라는 뜻깊은 날이 있는 데도 지금은 아무 기대도 되지 않는다. 아마 중간고사라는 성실도 테스트가 일주일쯤 남았기 때문일 테다. 걱정, 불안, 조급, 자책, 후회, 체념... 이런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반복되고 얽혀있다. 이대로 살다가는 미쳐버리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만 같다. 다행히도 난 죽을 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사람이 아니다. 지독한 반복에서 의도적으로 조금 벗어났다. 걸그룹을 보며 힐링 타임을 갖는다. 걸그룹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나지만, 시험 기간에 이분들만큼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없다. 스테이씨를 보며 힐링타임을 갖는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나랑 동갑인 사람들이 사회에 이렇게 많은 가치를 제공하며 사는데 나는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와중에도 그들을 보면 역시 기분이 좋아진다.


스터디카페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걸었다. 공부에 대해, 시험에 대해 속으로 혼자 스트레스받아온 것이 있었나 보다. 얘기를 나눔으로써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말의 의미가 와닿지 않았었는데 힘드니까 남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남들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던 나였는데, 지금의 변화를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피아노로 연주된 음악을 듣는 게 좋아졌다. 속에 쌓여 자리 잡고 있던 감정이 달려 나오는 기분이랄까. 유튜브로 찾아 듣는데 댓글과 함께 음악을 들으면 한없이 감정적이게 된다. 어제는 똥 싸면서 음악과 함께 댓글을 읽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의도 없이 화장실에서 운 적은 처음이었다. 슬픈데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이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음악의 힘이 대단함을 느낀다. 감정을 이렇게까지 건드려도 되나 싶다. 작곡가들을 존경한다. 음악에는 문외한이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히사이시조, 사카모토 류이치 같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이들은 사람 여럿 울리고 심지어는 살리기까지 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요즘 좀 힘들다. 이렇게 버겁게 느낀 건 처음인 것 같다.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할 걸 분명히 알기 때문에 놓지 못하고 있다. 먼 미래를 후회하는 건 모르겠고, 성적표 나왔을 때, 시험 끝난 직후에 후회할 거니까. 힘들어서 그런지 예전처럼 내가 잘 될 거라는 확신은커녕 고등학교 무사히 졸업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버티는 것의 힘을 믿는다. 존버는 승리한다는 말이 있다. 인생에서 버티는 힘은 정말 중요하다. 모두가 흔들리는 바람에 쉽게 쓰러질 때 그것이 나를 강하게 만드는 과제라는 것을 알고 버티면, 또 그것이 여러 번 반복되면 경쟁자는 없고 나 홀로 강해져 우뚝 서있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드는 나약한 사람이지만 애써 잡념을 지우고 공부에만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