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고 싶다면?
추석에 친척을 만났다. 어른들의 대화에는 역시나 돈이 중심에 놓여있다. 직장이 어떠하고, 연봉은 어떻고, 그 연봉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노후는 어찌할 것이며 정년퇴직 나이가 늘어난다면 어떨지 각자의 생각을 나눠본다. 취미, 취향, 연애같이 즐거움을 바탕으로 한 주제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어른들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가득하다. 생존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수단이기 때문일 테다. 그들은 서로마다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철학으로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그러다 작은 다툼이 일어날 때도 있다. 서로의 삶에서부터 비롯된 관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에 당연한 일이다. 필자의 부모님 세대는 정년퇴직이 머지않은 나이다. 우리 부모님만 해도 30년 정도 한 가지 일을 하셨다. 그러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일을 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30년 정도 한 가지 일만 하다 보면 그 일이 당연한 것이 된다. 모든 돈벌이는 그 일로만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그렇게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신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자식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를 바란다. 자기도 모르게 다른 선택지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업, 예체능 분야 같이 대부분 사람의 시선에서 특별한 직업은 자식의 직업 후보군에 없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치 전국의 부모님이 말을 맞춘 것처럼 하나의 잔소리를 한다. "공부 열심히 해라."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 세상인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선과 경향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뿐인데 시야가 좁아진 상태다. 그저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꼰대 소리를 듣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인데.
환경이 중요하다. 학생은 주변에 학생이 많을 것이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주변인이 거의 현장직 사람일 것이다. 사업가의 주변인은 같은 사업가나 큰돈을 굴리는 사람일 것이고, 의사의 주변인은 의사, 작가의 주변인은 문인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해진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자신이 겪은 것이 전부인 줄 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말씀하신다. 정작 나는 직장인으로 살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대부분의 부모님도 이러할 것이다. 그들도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돈의 속성>의 저자 스노우폭스 그룹의 김승호 회장은 책에서 다시 태어나도 사업을 할 것이고, 자식에게 사업을 추천할 것이라고 했다. 인생의 황금기에 사업에 몰두하여 성공한 사람은 자식에게 사업을 추천한다. 우리 직장인 부모님이 자식에게 좋은 회사에 취직하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로 가야 한다. 실리콘밸리에 살면서 한 번도 사업을 시도해 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음악인 집안에서 악기를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아이는 없을 것이다. 대학교의 목적이 여기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면 혼자 있을 때보다 힘이 덜 든다. 목표를 위한 노력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혼자 그 습관을 기르려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모든 수업과 과제가 그 예술을 연마하는 과정일 것이고, 글을 쓰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의 현실은 취업과 돈을 위한 선택에 의해 이러한 순기능이 흐려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뀌고 싶다면 환경을 바꾸라는 말이 있다.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인 만큼 그 이유와 효과가 분명하다. 몸이 좋아지고 싶다면 헬스장에 가고,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남들에게 글을 보여주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의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 환경을 바꾸고 습관을 길러야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모습의 절반 정도는 닮을 수 있다. 나약한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환경부터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그 효능은 기대 이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