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대통령의 마지막과 미국의 역사를 기억하는 태도
셋째 날의 시작은 마우나라니 요양원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1965년 마지막 숨을 거두신 곳이다.
요양원으로 올라가는 길의 뷰가 너무 예쁘고, 가고 싶었던 다이아몬드 헤드가 보여서 생각보다 들뜬 마음으로 도착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내부 진입은 어려웠지만, 요양원 측의 배려로 202호 병실이 보이는 계단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하와이가 내려다보이고 다이아몬드헤드와 태평양이 보이는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나는 그 풍경을 보고 '너무 좋다~ 한국 생각 안 난다 너무 예뻐!' 이러고 있었는데, 같은 뷰를 보면서도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 누가 나를 못 오게 하는 거냐"며 애처롭게 귀국을 바랐다는 것을 생각하니 순간 부끄러워졌다.
관련된 책에서 읽으며 울컥했던, 그리고 목사님 설교를 통해 익히 들었던 그의 마지막 기도가 이곳에서 울렸을 것이다.
"이제 저의 천명이 다하여감에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던 사명을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바라옵건대, 우리 민족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시옵소서."
몸과 마음이 너무 늙어버렸음에도 끝까지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기도했던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라와 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건국 대통령의 마지막이 너무 외로워보여 안타까웠지만, 하나님의 일에 다 쓰임 받고 가장 좋은 때 부르심을 받은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다음은 이승만 대통령의 발자취가 아닌, 미국 역사의 뼈아픈 순간이 담긴 진주만 기념관을 찾았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공습으로 희생된 미군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바다에 뒤집혀 가라앉은 채 육안으로도 선명히 보이는 '애리조나호' 잔해는 당시 전투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상상케 했다. 메모리얼 내부에 빼곡히 새겨진 희생 군인들의 이름 앞에서 전쟁의 비극적 무게를 절감했다.
"1941년 12월 7일은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이 말처럼, 미국은 '치욕의 날'을 감추기보다 기억하며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문득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같은 아픈 역사를 더 생생히 되새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만 기념관에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것을 보며, 한국의 서해수호관이 비교되었다.
서해수호관은 서해에서 일어난 전투가 기록되어있는 곳이다.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이 대표적이다. 부대 내에 위치해 접근성이 낮기도 하지만,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알 기회조차 어려운 현실이 안타까웠다. 전쟁의 슬픔과 고통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깊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 기념품샵에 예쁘고 멋있는 갓도 많고 꼭 기억하고 싶은 곳이기도 해서 이것저것 많이 샀다.)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두 분의 특강으로 채워졌다.
1) 아무것도 없을 때 설계한 미래 (손영광 교수)
첫 번째는 손영광 교수님의 <이승만과 원자력 발전> 특강이었다.
현재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적자 문제와 해외로 빠지는 기업 공장 이야기를 들으니,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시간과 미래 가능성을 보고 원자력 사업에 투자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선견지명에 다시 한번 놀랐다. 1954년 유학생들을 보내 원자력 사업을 시작하고 20년 만에 급성장시킨 것, 민둥산에 나무 심기를 권장하며 산림화를 시작한 것 모두 황폐화된 나라의 모든 기초를 다진 초대 대통령의 비전이었다.
손 교수님의 특강을 들으며, 이승만은 단순히 독립운동가나 건국 대통령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한 공학자'에 가까웠다는 생각을 했다. 눈앞의 어려움이 아닌, 수십 년 뒤의 대한민국을 그려내고 그 기초를 놓았던 그의 꿈 덕분에 우리가 지금 누려 사는 것임을 깨닫는다.
2) 올바른 세계관, 예배자의 삶 (책 읽는 사자)
두 번째는 유튜버 '책 읽는 사자' 의 <올바른 기독교 정치관> 특강이었다.
창세기 1장 1절부터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씀은 묵직하게 다가왔다. 정부의 공권력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오기에, 정부는 하나님의 뜻대로 나라를 움직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하지 않는 것을 '1달란트 받은 자'에 비유한 것도 인상 깊었다. 특강을 들으며 이승만 대통령의 삶 자체가 하나님께 순종하는 예배자의 모습이었음을 다시 확인했다.
대통령의 마지막 눈물이 어린 요양원부터, 미래를 위한 원자력 비전과 올바른 정치관 특강까지. 하와이에서의 3일은 '이승만 대통령과 하와이'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이제 하와이 일정을 마무리한고 내일이면 미국 본토로 이동한다. 진짜 미국에 간다는 설렘과 기대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