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만난 '감사'의 역사

전쟁의 희생과 독립의 씨앗

by 정자주

헌신으로 지켜낸 두 개의 뿌리



1. 낯선 나라를 위한 희생: 펀치볼 국립묘지와 한국전쟁 기념비

둘째 날의 시작은 묵직했다.

펀치볼 국립묘지는 잔디만 펼쳐져 있어서 묘지인지 몰랐는데, 묘비가 모두 바닥에 누운 형태라 설명이 없었다면 공원인 줄 알고 지나칠 뻔했다.

버스 안에서 한국전쟁 '메달 오브 아너'를 받은 세 분의 스토리를 들었다.

르로이 멘돈카 병장, 허버트 필리라우 일병, 벤자민 윌슨 소령님까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싸워주셨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고 멋있었다.

20190919514925.jpg
KakaoTalk_20251208_164618963.jpg
펀치볼 국립묘지 사진 출처: [세계일보] / 하와이 한국전쟁 기념비 ⓒ정자주

이후 하와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를 보며 그 무게는 더 커졌다.

하와이라는 작은 섬에서 2만 5천 명이 참전했고, 456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니.

미국의 각 주마다 이런 기념비가 있다는데, 과연 우리는 우리나라를 위해 피 흘린 분들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역사를 잊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도, 사람에게도 기억하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묵직한 다짐을 마음에 새겼다.


2. 교육은 곧 독립운동: 그리스도 감리교회와 이덕희 소장님 특강

하와이그리스도교회 전경 ⓒ정자주


다음은 독립의 뿌리를 찾아 해외 최초의 한인교회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를 방문했다.

1903년 하와이에 처음 온 약 700명의 한인 이민자들이 힘들게 노동하는 와중에도 가장 먼저 교회를 세우며 예배를 우선시했다는 사실이 너무 멋지고 감동적이었다.

그 시절 코리안 크리스천들은 도대체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살았을까 궁금해졌다.

나 역시 어디에 있든지 하나님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예배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담긴 기록이 잘 전시되어 있어 감사했다. (어제 방문한 한인기독교회에서는 못 본 전시라 반갑고도 씁쓸한 마음도 있었지만.)




저녁에 진행된 이덕희 소장님의 특강은 이 모든 역사적 발자취를 통찰로 연결해주었다.

나이 지긋하신 소장님께서 대뜸 '독립운동의 정의'를 물으셨을 때 쉽게 답하지 못해 당황스러웠다.

소장님을 통해 이승만에게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기초를 닦는 것,

즉 독립운동 그 자체였다는 사실을 깊이 알게 되었다.

나라를 세우려면 인재와 국민수준이 필요하다!

6.25 전쟁 중에도 대학 설립을 준비했던 그의 꿈은 훗날 인하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또한, 1945년 독립(다른 나라에 의해)과 1948년 건국(우리의 힘으로) 중 언제가 진정한 광복인지 고찰해야 한다는 질문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역사적 사실들 이면에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씻어준 하루: 누우아누 팔리 전망대

호놀룰루 시내도 구경하고 이곳저곳 역사의 흔적을 스쳐가다 계획에 없던 누우아누 팔리 전망대에 들렀다.

365일 거센 바람이 불어 '바람 산'으로 불린다더니, 시원함을 넘어 아주 거센 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자연을 보니 도파민이 폭발하는 멋진 풍경이었다.

이틀 동안 역사의 무거운 면을 돌아보며 조금은 어둡고 슬펐는데, 이곳에서 멋진 풍경을 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그동안 역사의 반의 반의 반도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을 품고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또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