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보낸 행복한 하루
하와이를 떠나 긴 비행 끝에 뉴욕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영화 '진주만'을 보며 갔다. 러브 스토리가 많아 당황했지만, 전쟁의 비극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하와이안 공항 승무원들의 친절함은 하와이 호텔 직원들에게 느꼈던 바이브와 비슷했다. 낮에 출발했는데 같은 날 아침에 도착했고, 진짜 미국 본토에 왔다는 사실에 너무 두근거렸다.
뉴욕 일정은 트리니티 교회의 부속 교회인 St Paul’s Chapel 방문으로 시작되었다. 이곳은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 취임식 후 바로 예배를 드렸던 장소였다. 지도자가 취임 후 가장 먼저 예배 장소를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멋있게 다가왔다.
트리니티 교회 역시 밖도 안도 정말 웅장하고 예뻤다. 역사적인 공간이지만 현재도 종교 시설로 사용되며 예배가 이루어지는 점이 신기했다. 미사가 진행되는 모습은 거의 성당 같은 느낌이었다.
한편, St Paul’s Chapel에서 전시된 그림 중 국새 그림의 독수리를 칠면조로 설명하는 등 미국에도 역사를 왜곡하려는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 세계의 이념 전쟁은 결국 하나님의 일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에 있는 'Bell of Hope'가 예뻤고, 묘지들은 미국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하와이에서도, 뉴욕에서도 '기억의 방식'에 대한 질문은 계속되었다. 테러로 인해 파괴된 쌍둥이 빌딩 터에 조성된 9/11 메모리얼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은 국가적 슬픔을 기념관과 박물관으로 만들며 그날을 대대적으로 기억하려 했다.
이 모습은 세월호를 떠올리게 했다. 온 국민이 함께 아파했던 국가적 비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희미해지고 루머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억의 본질적 의미는 희생자를 위로하고, 원인을 파악해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감정을 요동시키고 선동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면 그 기억은 불의의 도구가 된다. 대한민국도 슬프고 수치스러운 역사까지 드러내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상기시키는 메모리얼이 생기길 바랐다.
시차와 추운 날씨로 몸은 힘들었지만, 브로드웨이 '영웅의 협곡'을 걸을 때만큼은 집중해 바닥을 살피며 걸었다. 이곳은 세계적 업적을 낸 인물들의 이름이 새겨지는 곳이다.
이 글귀를 발견했을 때 마음이 벅차올랐다. 대한민국이 아무것도 없던 시절, 한국전쟁에서 미군과 함께 싸운 자유 진영의 동맹국 지도자로서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의 이름이 미국 한복판에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건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단순히 '부정선거'로만 규정한다면, 이 나라의 건국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제 각자가 그 의미를 다시 확인하고 재적립해야 할 때다.
조지 워싱턴의 대통령 취임식 장소이자 미국의 첫 번째 의회가 열렸던 페더럴 홀을 구경했다. 약간 신전같이 생긴 이 건물에서 미국 초대 대통령의 시작이 공포되었다는 사실에 두근거렸다. 계속된 걸음에 피곤해 짧게 구경했지만,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 전시 내용을 열심히 읽었다.(하지만 영어는 어려워...)
선술집 프라운시스 태번은 조지 워싱턴이 장교들과 작별 인사를 했던 곳이다.
선술집이 비밀 결사 '자유의 아들들'의 모임 장소이자 워싱턴의 본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반갑고 설렜다. 이곳에서 나라를 사랑하고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갔다는 상상은 마치 나도 그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전시 관람 후 1층 식당에서 먹은 피시 앤 칩스는 솔직히 너무 맛있었다. "이게 바로 리얼 피시 앤 칩스구나!"하고 감탄하며 먹었다. 이런 역사적 공간이 여러 단체들에 의해 지켜지며 현재도 식당으로 사용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미국에선 역사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가는 느낌이다.
(식당에서 세상 선하고 스윗한 미소를 지으며 서빙해주신 핑크셔츠 아저씨 못 잊어)
무거운 역사적 발자취를 뒤로하고, 하루의 마무리는 선셋 페리 크루즈였다. 낭만 그 자체였다! 노을이 지고 야경이 펼쳐지는 시간에 페리를 타고 뉴욕을 구경했다니, 상상도 안 해봤다. 브루클린과 맨해튼 브릿지,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을 실제로 보며 "해외는 나와봐야 한다. 그게 맞다!"고 느꼈다. 우리 조가 맨 뒤에서 너무 시끄러워서 조금 민망했지만 이 풍경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낭만적인 뉴욕의 하루를 마치고 DoubleTree By Hilton Hotel Princeton으로 이동했다. 너무 피곤해서 당장 자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부트캠프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시간 오후 2시는 이곳 시간으로 새벽 1시였다. 하하. 일찍 자고 싶었지만, 씻고 짧게 면접 준비를 하고 줌(Zoom)으로 면접을 봤다.
하룻밤 자는 곳이라 불도 제대로 안 켜고 짐도 다 안 꺼낸 상태로 정말 잠만 자고 나왔는데 아침에 출발할 때 건물을 보며 이렇게 예쁜 호텔이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