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지쳤던 날, 가장 위대한 시작을 목격하다

필라델피아에서 울린 위대한 소리

by 정자주

1. 미국 건국 정신의 발원지: 독립기념관

여정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나니 체력적으로 지치고 힘든 날이었다.

지친 몸으로 도착한 필라델피아의 독립기념관은 마치 파주 영어 마을의 한 건물 같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한눈에 다 들어올 만큼 작은 공간이 펼쳐졌다. 이곳은 1776년 7월 4일 미국 독립선언이 이루어지고 1787년 헌법이 공포된 역사적인 장소였다. 심지어 의원 수가 적었던 상원이 2층, 하원이 1층을 사용하며 오늘날 '상원'과 '하원'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실제 미국 역사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듯한 설렘이 밀려왔다.

들어선 입구 기준으로 왼쪽은 의회, 오른쪽은 법원이었다. 의회 공간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다는 SB의 말이 부러웠다. 나는 이런 장소들을 방문할 때마다 비전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고,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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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깨진 종의 선언: 리버티벨

독립기념관 옆 리버티벨을 보았다. 종에는 “모든 땅 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를 공표하라” 레위기 25장 10절 말씀이 새겨져 있었다.

비록 깨지고 이제는 소리도 잘 나지 않는 종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여전히 크다. 미국의 건국은 단순히 정치적 독립이 아니라, 신앙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선언으로 이해되기 때문이었다. 종을 슬쩍 만져보고, 쳐보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괜히 잡혀갈까 봐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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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유의 서문이 새겨진 곳: 국립 헌법센터

헌법센터는 2003년 7월 4일에 개관했으며, 헌법 제정 회의가 시작된 날짜를 기념해 525 Arch Street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헌법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여야 하는 비당파적 의무를 지닌 기관이다. 시민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 도구를 개발하여 헌법 정보를 보급하는 역할이 크다.

방문한 날 특별히 크게 진행되는 전시가 없어서 전체적으로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2층에 걸려 있는 국기들이 인상적이었고, 빛이 비치는 창가를 따라 늘어선 깃발들이 정말 멋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독립기념관의 뷰도 아름다웠다. 기념품 샵에는 예쁜 굿즈들이 많아서 이번 여행 중에 제일 많이 구매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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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국 독립의 기틀: 리틀 시어터에서의 1919년 한인자유대회

가장 감격스러운 장소는 리틀 시어터였다. 이곳은 1919년, 서재필, 이승만, 유일한 등 한인 젊은이 150명이 모여 한인자유대회를 개최했던 곳이다. 리틀 시어터는 지금도 극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작은 극장에서 150명의 한인이 모여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럽고 신기했다. 회의를 통해 미국식 정부를 모델로 한 공화정부 수립 계획, 종교의 자유, 국민 교육 우선 등 한국인의 목표와 열망을 구체적으로 결의했다. 이 논의는 훗날 대한민국 헌법으로 이어졌다.

회의 마지막 날, 한인들은 태극기를 들고 미국의 독립이 선언되었던 독립기념관을 향해 행진했다. 그 영상이 남아있어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다. 너무 멋있었다.

'헬조선'이라 불리던 절망적인 시대에 그토록 똑똑하고 용기 있게 나라를 사랑할 수 있었던 선조들의 통찰이 궁금했다. 모든 회의가 민찬호 목사의 기도로 마무리되었다는 장면을 상상하니 울컥했다. 이 소중한 장소에서의 회의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나중에 뮤지컬을 보며 비로소 실감했다.



필라델피아의 밤: 카레와 주일 준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짧게 시내 드라이브를 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 정문 계단은 영화 '로키' 계단으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찐은 아니지만 로댕의 동상을 보러 갔는데, 그 옆에서 웨딩사진을 찍고 있던 커플이 너무 예뻐서 더 시선이 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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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는 Masala Fusion India Restautant라는 인도 카레집에서 해결했다. 기본맛은 맛있었지만, 도전했던 염소고기 카레는 약간 역했다. 낯선 음식 적응은 역시 힘들다. 밥을 먹으면서 대청이 소녀들과 주일에 대한 나눔을 진행했고, 근처 마켓과 피자집에서 식사를 사서 주일 준비를 했다.

원래 편의점에 가려고 했는데, 입구에서 직원이 못 들어간다고 막아서 당황했었다. 다음 날 알고 보니 그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었다고 한다. 필라델피아의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며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