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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by 온혈동물

몇 년 전 일반 주택으로 이사를 온후,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주변의 집들이 화려한 변신을 하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샌디에이고에는 내가 알기론 두 지역이 그런 변신을 크게 하는 지역인데, 그중 한 거리가 바로 우리 집 옆이라는 것이라는 게 이 동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장점은 당연히 화려한 장식으로 찬란해지는 집들을 도보 거리에서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그런 연휴 즈음에는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과 차들로 평범한 산책을 매일 즐기는 나로서는 매일 혼잡합을 뚫고 다녀야 하는 고충이 생기는 것이다.

일을 하고 집에 올 때조차 가까운 길 대신 먼 길로 돌아오는 경우로 있을 만큼 거리가 복잡해진다.

그런 장식을 주로 하는 거리에 있는 집들을 집을 사고팔 때조차 '특정 연휴에 집 장식을 해야 한다'는 조항에 사인을 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으니, 이들이 집 장식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미국에 살기 시작한 이후로 핼러윈 날(10월의 마지막 날)에 결혼식을 올린 나는 '왜 핼러윈에 결혼을 했어?'라는 사람들의 질문을 받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어린 친구들에게나 인기인 할로원이지만 여기선 엄청나게 중요한 날로 아이들과 어른들은 핼러윈 의상을 매년 사고 차려입고 'trick or treat'을 위해 거리로 나선다.


여기서 지내다 보면 사람들은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추수감사절 같은 날을 위해 사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나처럼 특정 날들을 챙기는 거에 둔감한 사람은 그들의 핼러윈 의상/분장에 대한 열정이나 크리스마스의 선물 교환(시크릿 산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산타가 되어 그들이 원하는 선물을 교환한다)의 열광하는 걸 잘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직장인들이 같이 하는 회식도 없고, 퇴근 후 같이 하는 한잔도 없기에, 이렇게라도 같이 어울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인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남부 캘리포니아인 샌디에이고는 눈 내리는 겨울이 없다. 12월 중반이 넘어가는 지금도 낮에는 더워서 반팔을 입어야 하고, 일하는 곳에서는 일 년 내내 에어컨을 틀어댄다.

나처럼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은 항상 긴팔에 재킷을 걸친다.

같이 일하는 사라들의 대부분이 건장과 비만의 사이에 존재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더 더위를 많이 타는 것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해서였는지 아직은 젊어서였는지, 출산 이후 잠깐은 제외하고는 체중에 신경을 쓴 적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 나의 몸무게는 정점을 찍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걷고, 나름 중간중간 운동을 한다고 했는데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병원에서 먹던 간식도 끊어보았지만, 기본 먹는 양을 줄이지 않고서는 체중을 줄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루 두 끼 먹는 식사를 매 고프게 먹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다.


늙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뚱뚱한 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겠나 생각하지만, 막상 먹을 게 눈앞에 있을 때는 뇌의 회로가 언제 다시 먹을 걸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며칠 굶을지 모르니 지금 눈앞의 것을 모두 먹어 축적해야 한다는 원시인의 뇌로 매번 전환되고 만다.


이젠 정말 돈이 들고 시간을 따로 내야 하더라도 어딘가에 가서 운동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 같기도 하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언제 예정될지 모르는 시민권 시험이 무사히 끝나면 한국에 가서 먹고 싶었던 걸 모두 먹으리라는 희망을 동력 삼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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