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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살기 위한 수단이다...

by 온혈동물

한 달 전쯤 갑자기 올라온 새 책에 대한 욕구로 여러 권의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충동구매했다.

매일 책을 읽고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쓰자는 나의 다짐은 일상의 고단함으로 좌절되기 일쑤였고, 구매한 책들은 내 책상 구석에 쌓여 먼지가 덮여갔다.

그러다 펼친 작가 '한강'의 '디 에센셜'- 그의 짧은 소설과 자전적인 에세이가 실려있다'와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에 빠져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책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읽기 어렵다기보다는 우울했다.

노벨상을 받았다는 '채식주의자'는 크게 관심이 가진 않아 읽지 않았지만, 그녀의 글을 읽어보곤 싶긴 해서 고른 것이다.

그녀의 산문에서 노벨상을 받은 작가조차도 결국 글이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읽기라는 인풋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시험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고 싶어 하는 수험생과 같은 죄책감을 느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쯤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봤을 것이다.

과연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원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흔히 듣는 말이 행복은 현재에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니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늘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없어지면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 깨닫는다고 말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들은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는 그런 개념적인 행복의 개념을 좀 더 생물학적, 진화적, 경험적 결과물이라고 말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인간이라는 동물이 동물적인 부분과 인간으로서의 사고가 같이 결합된 오랜 진화물의 결과라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이다.

과거의 동물에 가까운 삶에서 현재의 모습이 되지까지 살아남은 인간의 유전자는 그다지 우아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항상 의심하고, 주변을 살피고, 강박에 가까운 조심성을 가진 인간들이 살아남았고, 그들은 음식이 생기면 꾸역꾸역 배가 터질 때까지 채워놓고 비상시를 대비해 왔던 것이라고. 그래서 음식이 차고 넘치는 지금도 우리는 눈앞의 달고 기름진 음식을 거부하지 못하고 축적해서 기아로 허덕이는 사람들보다 비만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이다.


따라서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은 경험의 결과로 얻어지는 단발적인 자극 같은 것이라 우리는 지속적으로 그것을 유지해야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결론적으로 말하는 행복의 본질은 '음식과 사람'이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것.


사실 어쩌면 아주 단순하고 동물적이기도 한.



그동안에 막연히 생각하던 행복에 대해 이런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의견이 마음에 와닿은 건 아마도 막연히 행복을 원하지만 그곳에 다다르는 길을 찾지 못했었던 답답함이 해결된 시원함이 커서일 것이다.

행복은 인간이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목표처럼 생각하고 살아왔다고나 할까?

그래서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해서 결과를 이루었을 때 느꼈던 절정의 기쁨이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져 가면, 그것만 이루면 모든 행복이 한꺼번에 몰려와 'lived happily ever after-그 후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울감이 밀려왔던 것이 이해가 됐다고 말이다.




가끔 생각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소설을 완성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가끔씩 밀려오는 삶의 허무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언제쯤 적당히 먹고 가벼운 몸과 기분을 즐길 수 있을까?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은데 뭘 하면 좋을까?


아직도 내 몸 안의 피가 뜨거워지는 희열이 드는 순간은 아주 재밌는 소설을 보거나 영화를 볼 때이다. 그런 작품들이 많지는 않아서 자주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최근에 넷플렉스에서 본 한국 드라마 '당신이 죽였다'를 재밌게 보고 드라마의 원작을 쓴 일본작가의 책을 샀다. 이런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다른 작가의 책을 샀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당신이 죽였다를 쓴 작가는 오쿠다 히데오, 내가 산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

뭐 아무려면 어떤가. 재미있으면 되지.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용의자 X의 헌신'을 쓴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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