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건...

by 온혈동물

나는 초등학교 6학년때 강릉시로 이사를 오기전 작은 면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냈었다. 두분 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부모님을 따라 가끔은 더 작은 마을에서 생활하기도 했었지만, 년년생이었던 동생이 있어 한살이라도 많았던 나는 어린 동생만 데리고 갔던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댁에서 더 많이 지내곤 했다.

성격이 급하고 욱하는 아버지는 월급날마다 어머니와 타툼이 있었고, 술을 드시고 늦게 들어오는 날은 항상 큰소리와 욕설이 오가고 했었기에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있을때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사실 이 상황이 더 좋긴 했었다.

그래도 항상 주말이면 집에 오시던 부모님은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들어와 싸움판을 벌이면 나는 항상 큰소리에 주눅을 들어 구석에 숨어있곤 했다. 언제 아버지가 나한테도 소리를 지르지 않을까 불안해 하기도 했다.

그런 불안한 상황에서 친구들과 낮에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건 나에게 유일한 즐거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금처럼 놀이터 하나 없었던 시골에는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터가 산과 들 그리고 날좋은 여름 날에는 수영을 할수 있는 계곡이 전부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도 그런 계곡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물 한가운데 소용돌이가 있는 부분이 있었던 듯 하다.

그래서 어른들의 감독없이 어린 아이들만 수영을 하다 간혹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그 어느 여름날도 옆집의 한 남매가 둘만 놀러갔다가 남동생이 죽는 일이 있었는데, 그집 어머니가 길에 나와 대성통곡을 하며 몇살 어린 누나를 붙잡고 '죽으려면 니가 죽어야지 어린 남동생을 죽게 두었냐'며 소리소리 지르는 걸 본 기억이 어린나이에 충격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친구들과 계곡으로 놀러가는 걸 절대 반대하고 했었는데,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엄마의 감시가 뜸할때를 틈타 몰래 빠져나가 친구들과 놀곤 했다.

한번은 물에서 놀다 물살이 센 곳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밀려 떠내려가다 친구가 간신히 붙잡아서 물에서 나온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음날이면 다시 가기를 반복했었다.

몰래 그렇게 몇시간을 놀다 들어오면 항상 엄마에게 걸려 호되게 맞곤 했지만 다음날이 되면 난 또 그렇게 몰래 나가 놀곤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매일 엄마한테 혼나면서 왜 그렇게 나갔을까 싶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내가 뭔가 하고 싶으면 누가 뭐라든 그냥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아마 우리애가 그렇다면 속이 터질것 같지만, 그때 나의 생각은 뭐 대단한 잘못도 아니고 그냥 친구들이랑 노는 건데 어른들의 과도한 간섭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뭐 커서도 다르지는 않았던 듯 도 하다.

대학교때는 친구들과 술이라도 마시러 갈때 엄마가 몇시까지 들어오라는 말은 항상 귓등으로 흘리고 내가 놀고 싶은 만큼 놀다 들어왔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사실 엄마보다는 남자친구의 간섭이 더 많긴 했다. 나는 남자친구가 누굴 만나건 몇시까지 술을 마시건 상관하지 않았는데, 이 남자친구라는 인간들은 사사건건 간섭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하지 않은 적은 없다.


나는 누구 인생에 간섭하기도 내 인생을 누가 간섭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 나서 시어머니가 '생일에는 꼭 만나야하고, 이때는 와야하고 무엇무엇을 해야한다'고 하는 말도 정말 듣기 싫었다.

물론 내가 생각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듣지 않았다.

중간에서 남편의 새우등이 터지고 있었을지라도 말이다.


나는 왜 오늘 이런 글을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는 걸까?


아마도 오늘 12살짜리 딸과 한바탕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살면서 하고 싶은 건 꼭 하기도 하지만 또한 내가 해야한다고 생각한 일도 꼭 하는 편이다.

우리집에 똥개 한마리를 입양한 이후 나는 태어나서 아마도 처음으로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시작했다. 최근 남편이 아침 산책을 떠맡아줘서 나는 혼자서 한시간 정도 홀로 여유있게 조깅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일 저녁 해리(우리 집 똥개)와의 밤산책은 거르지 않는데, 몇달전 뭐에 놀란 해리가 갑자기 나를 길바닥에 밀쳐 온몸에 상처가 난 이후로는 주중에는 큰딸, 주말에는 작은 딸과 같이 걷곤 하는데 매일 뭔가의 핑계로 나가기전에 딸들과 언쟁을 벌이는 일이 좋종 있다.

오늘은 둘째와 같이 가는 날이었는데 친구와 전화를 해야한다고 못나간다고 하길래 한판 하고 같이 한시간을 말없이 걷고 온 길이다.


그리고 남편한테 해리를 어루만지며 한마디 했다.

" 사람들이 왜 자기 유산을 자식이 아닌 개한테 남기는 지 이제 이유를 알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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