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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 건 뭘까?

by 온혈동물

이십 대에는 나에게 삼십 대 같은 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다 삼십이라는 나이에 이르러서는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가슴에 사무치게 다가왔었다.

삼십 대는 나의 숫자에 충격을 받았다면 사십 대에는 외모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된다. 늘어나는 흰머리나 풍성해진 뱃살이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다 오십.

미국에서는 55세 이상이 되면 '시니어 주택'이라는 집을 살 수도 있다.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그 나이가 넘어야만 집을 살 수 있는 자격이 된다.

그럼 나는 이제 몇 년이 지나면 '노년'에 들어가는 걸까?


눈밑에 살이 조금씩 처지는 것 같기도 하고 볼살이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한 노령(?)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주변의 누구보다 많은 시간 일을 하고, 천 번이 넘는 줄넘기에 도전하며, 이제 아침 조깅을 시작했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 40분 정도 잠시 뛰기와 걷기를 하며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일을 하러 간다. 사실 나는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보내왔다.

아침에 눈이 떠지면 따뜻한 이불속에서 비비적거리며 깼다 잠들기를 반복하는 걸 세상 누구보다 좋아한다.

이십 대까지는 쉬는 날이나 방학 때는 점심때가 되어서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잠자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도 잠을 자는 건 나에게 행복한 일 중 하나이다.

새벽 6시가 조금 넘어 일어나 아침 조깅/산책을 하고, 8시까지 출근을 해서 하루 종일 볶닥거리다 6시에 집에 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은 후 다시 우리 집 강아지와 한 시간 밤산책을 한다.

그리고 잠시 줄넘기를 하고 비비적거리며 유튜브를 끄적거리다 10시쯤 잠자리에 들면 전등스위치를 끈 듯 바로 잠이 든다. 전에는 잠자기 전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잠들기 전의 자유를 만끽했지만, 이제는 그럴 체력적인 여유가 없어진 듯하다.


같이 일하는 이십 대 초반에서 삼십 대 중반의 직원들도 일이 끝나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하는데, 사실 나는 잠잘 시간이 될 때까지는 크게 피곤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특히나 금연을 한 후에는 피곤함을 덜 느끼는 것도 금연의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70대의 마라토너나 시니어 모델 혹은 근육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가진 노령의 사람들을 보면서 이제 나이에 대한 개념이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과거와 같이 나이 듦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약을 한 사발씩 먹으며 사는 사람들과 다시 삶을 능동적으로 바꿔가는 사람들이 대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나이가 든다는 걸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늙어가는 얼굴과 몸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내 몸의 한계는 내가 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밤 열 시가 넘어가니 다시 졸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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