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기도 하고 비싸기도 해서 영화관을 잘 가지는 않지만, 최근 개봉한 공포영화가 재미있어 보여 남편과 같이 영화관으로 향했다.
'굿 보이'
강아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공포영화라는 독특한 소재에 끌렸다. 병원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에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몇몇이 있는데, 지난달에 '마지막 컨저링'이라는 영화를 보러 가고 이번 달에는 같이 굿보이를 보자고 했었는데, 병원 근처 극장에서 개봉을 하지 않았다.
내가 공포영화를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 부류가 있다. 너무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나 무섭다고 나를 건드리는 사람들. 지난달에 같이 영화를 본 수의사는 원래도 사람을 잘 건드리면서 말하는 경향이 있어 왠지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내 팔을 잡으며 신경을 분산시켰다.
한국에 있을 때 영화를 보러 가서 영화관이 반도 안되게 차있은 적은 아마도 평일 낮에 혼자를 보러 간 때 한 번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거의 본 적이 없지만, 미국에서 영화를 보러 가면 아주 흥행한 영화가 아닌 이상은 흔한 일이다. 최근에 한국 영화 '파묘'가 개봉했을 때 간 영화관에 다수의 한국인들을 보면서 신기하다 싶었다. 아마 샌디에이고에서 한 번에 그렇게 많은 한국인을 본 건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평일 오전의 영화관에는 다해야 한 10명 남짓 한 사람들이 있었다.
강아지가 귀신을 본다는 독특한 소재에 강아지와 귀신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보고 싶은 영화라 기대감을 앉고 영화의 시작을 기다렸다.
영화는 한 시간 조금 넘는 짧은 상영시간이었는데 영화의 대부분이 강아지의 시선에서 보는 상황과 등장인물도 세명정도의 사람만이 나오는 걸 감안하면 그 이상은 만들기 힘들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다 본 후에 옆쪽은 한 여성 관객의 입에서 '아 지루해.'라는 평이 나왔다.
사실 영화소재가 흥미로운 면을 제외한다면 엄청나게 재밌는 영화를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대단히 자극적인 장면이나 극적인 연출이 있은 것도 아니었기도 했을 것이다. 다만 CG 없이 실제 강아지가 연기로만 영화를 만든 것은 볼만했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의 메이킹 필름이 이어졌는데, 영화는 삼 년에 걸쳐 자신의 개를 데리고 아무 훈련 없이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같이 홈비디오처럼 만들어졌다고 했다.
공포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무섭지만 실제 인생에서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뉴스나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살인범들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귀신보다 더 무섭고 잔인하다. 그래서 나는 거의 일어날 일이 없는 공포영화의 스릴을 즐긴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공포영화의 장르는 심리 스릴러나 분위기가 무서운 영화이고 피가 난무하는 고어나 슬래셔는 좋아하지 않는다. 꽤 오래전에 상영했던 '장화홍련'이나 '인씨디어스'가 나한테 맞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공포영화를 좋아하게 되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시작은 공포소설의 대표작가라고 할 수 있는 에드가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을 초등학교 2학년 때 너무나 감명 깊게 읽어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 후로 공포소설을 찾아보며 한국괴담, 중국괴담, 일본괴담 등의 이야기를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찾아 읽었다. 도서관이나 책방도 없는 시골에서 책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비슷한 책들로 추리소설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셜록 홈스'나 '괴도 루팡' 그리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은 나의 최애 책들이기도 하다.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는 "그런 영화를 보고 나면 악몽을 꿔'라든다 "며칠 동안 그때 무서웠던 장면이 혼자 있을 때마다 생각나서 너무 무서워'라는 말들이다.
나는 공포영화를 아주 무서워하면서 보는 사람이고, 볼 때는 꼭 담요나 무언가 얼굴을 가릴게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다. 가끔은 너무 무서워서 잘 못 보고 소리만 들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가 끝나면 나의 무서운 감정도 같이 끝이 난다.
어렸을 때 밤에 하던 '전설의 고향'을 졸린 눈을 비벼가며 보던 생각이 난다. 가끔씩 무서운 장면이 나와 이불 속에 들어가 있다 잠이 들어서 극이 끝난 후에 잠이 깨서 무척 속상해하던 생각도 말이다.
10시 가까이에 하던 그 시리즈는 초등학생이 나에게 너무나 늦은 시간이어 깨어 있는 자체가 아주 힘든 일이기도 했다.
연애와 결혼을 합쳐 20년을 넘게 산 남편이 최근에 한 말이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난 사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아."
연애시절부터 항상 같이 공포영화를 찾아다니며 보던 남편이 한 말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같이 공포영화를 보는 걸 거부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최근에 자신이 먼저 이번에 이런 공포영화가 재미가 있다더라는 말을 하며 같이 보자고 하길래 변화의 이유가 뭐냐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어렸을 때는 무서워서 공포영화를 못 봤는데, 너랑 자꾸 보다 보니깐 최근에 공포영화 말고는 특별히 재미있거나 흥미가 느껴지지 않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