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가서 운동하는 건 귀찮고 뭔가 전신운동이 되면서 몸을 좀 가볍게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집에 있던 줄넘기를 집어든 지 한 달이 되었다. 첫날 100번을 하면서 몇 시간 달린 것처럼 숨을 헐떡대며 이렇게 힘든걸 매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인터넷 검색을 했다.
'하루에 몇 번 줄넘기를 하면 살이 빠질까? 줄넘기의 효과는?' 등등.
하루에 천 번 정도는 해야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고 일단 매일 50개씩 늘려보자는 마음으로 버텨나갔다. 그래도 매일 하다 보니 조금씩은 덜 힘든 것 같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어느덧 800개까지 개수를 늘려나갔다.
그런데 800번을 며칠을 해도 할 때마다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헬스 트레이너도 했던 작은 마동석 같은 체형의 매니저에게 하소연을 했다.
"어찌어찌해서 800까지는 하게 됐는데 계속 너무 힘든데 그래도 천 번까지 계속 늘려나가야 하는 걸까?"
그랬더니 그가 하는 말이 일단은 현재 상태를 좀 유지해 보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주어 한 일주일 정도 같은 개수를 유지했다. 하루는 뛰다가 한쪽 발목에 무리가 갔는지 다음날 하루 종일 발목이 시큰거렸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점프를 하면 발목에 무리가 오겠다는 생각에 뛰는 방식을 조금 다르게 바꿔 발바닥이 닿지는 않지만 발을 좀 더 일직선으로 하는 방식으로 하며 살짝만 뛰면서 발에 하중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드디어 천 번의 줄넘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하는 방식은 천 번을 다섯 번에 나눠서 하는데 웃기게도 항상 첫 번째가 다섯 번째 중 가장 힘들다. 두 번째 세 번째가 진행되면서 몸이 다시 동작에 익숙해지면서 발도 덜 아프고 숨도 덜 차다.
아마 누군가는 무슨 줄넘기 하나 하면서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이건 내가 한국에서 요가와 필라테스를 할 때의 방식이었기도 하다. 어떤 운동을 할 때 생각을 하면서 제대로 해야 똑같은 운동을 해도 효과가 더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금연을 시작하고 붙은 뱃살과 두툼해진 허리가 조금씩 다시 자리가 잡혀가는 걸 보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숨을 헐떡대며 저녁 산책 후 줄넘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몸도 가벼워지고 똑같은 시간을 자도 다음날 다 상쾌한 하루를 보낸다는 느낌이다. 이젠 살 빼기나 심폐기능 강화 등의 효과를 바라기보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하고 싶어진다.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는 건가?
어렸을 때 어린이날 받은 '스카이 퐁퐁'을 하루 종일 하면서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를 생각했던 적이 있다. 가족이 있지만 그 안에서 소외되는 감정에 대해 심하게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할머니가 '모래를 먹으면 죽는다'거나 '씹던 껌을 삼키면 죽는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모래를 먹거나 껌을 여러 개 삼킨 적도 있다.
죽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그냥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과학과목에서 '지구의 자전, 공전, 달과 지구의 방향' 뭐 이런 걸 배우면서 너무 어려서워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도 하다.
초등학교 교사부부이던 부모님이 연년생 동생을 데리고 여기저기 전근을 다니던 통에 할머니와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학교에서나 친구들 사이에 힘든 일이 생겨도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사는 건 힘든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제제'의 슬픔이 강하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힘든 일이 생기면 바로 누군가에게 말을 잘하지 못한다. 혼자 어느 정도 해결점을 찾고 나서야 '나 그때 힘들었었어.'라고 말하는 편이다.
그래서 대학 때 혼자서 재밌다 생각한 일이 있다. 내가 같은 과에서 좋아하던 애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낀 술자리에서 필름이 끊길 만큼 과음을 한 적이 있었다. 다음날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서
"네가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몰랐어."하고 말해서 속으로 '내가 얘한테 그 얘기를 한 건가?' 생각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잠깐 연극영화과에 가고 싶었던 생각을 술에 취해 그 친구한테 큰 고민처럼 말했던 것을 두고 한 말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취해도 진짜 내 속마음을 얘기하지는 않는구나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