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한테 주식하라고 돈 줬더니 인버스 2배 ETF 사서 존버하고 있
주식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빅쇼트』라는 영화를 관람하셨거나 들어보기라도 하셨을 것입니다. 저는 영화가 재밌어서 몇 번 반복해서 보고 책으로도 읽었는데 모두가 YES라고 할 때 나 혼자 NO를 외치고 결국 나만 정답일 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책,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닥터 마이클 J. 버리(Michael J. Burry)"라는 인물도 흥미로운데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마이클 버리가 '천재적이고 분석적인 예지력'을 가진 주인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LP)들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고 분통 터지는 최악의 '펀드 매니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치투자 하라니까 인버스 2배 ETF(주가가 하락할 때 상승하는 주식 상품)를 사고 있다
마이클 버리의 펀드(사이언 캐피탈)는 원래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투자하는 가치투자(Value Investing)'를 표방했습니다. 투자자들도 그가 제2의 워런 버핏처럼 주식을 잘 골라서 수익을 내줄 것이라 믿고 돈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식은 안 사고, 듣도 보도 못한 CDS(신용부도스와프)라는 파생상품에 몰빵을 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전하게 삼성전자를 사라고 돈을 줬더니, 강원랜드에 가서 전 재산을 걸고 홀짝 게임을 하는 격"이었습니다. (심지어 CDS를 본인이 직접 은행에서 만들어달라고 부탁함...)
주식하라고 돈 줬더니 전화, 이메일 모두 무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며 설명을 요구했을 때, 마이클 버리는 친절한 설득 대신 "나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의 우려 섞인 전화를 무시하거나, 난해한 금융 용어가 가득한 이메일만 보내며 "그냥 기다리라"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내 돈 수백억이 걸려 있는데 매니저가 이렇게 나오면 누구라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한국식 주식 추천 리딩방처럼 펀드를 운영...?)
투자금 동결 (Redemption Halt): "못 먹어도 고? 아니, 못 나가!"
그의 투자방식 중 핵심은 "투자금 동결"이었습니다.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내 돈 돌려줘(환매 요청)"라고 아우성치자, 그는 펀드 환매를 강제로 중단(Lock-up) 시켜버렸습니다. 주택 시장이 붕괴하지 않으면 원금이 '0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탈출 못하게 문 걸어 잠근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대박이 났으니 망정이지 만약 실패했다면 그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감옥에 갔을 수도 있는 '배임'에 가까운 행동이었습니다.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마이클 버리는 결국 489% 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안겨주었지만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2년 넘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습니다. 게다가 부동산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한 시기는 2007년인데 마이클 버리가 2005년에 CDS를 샀으니 손실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남들 다 돈 벌 때 나만 손실 보는 상황이 2년 동안 이어진 것입니다.
"돈을 벌어다 줬으니 영웅인가, 아니면 남의 돈으로 위험한 도박을 한 소시오패스인가?" 이 질문이 생각났습니다. "보는 입장에서 대단해 보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나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제가 그 펀드의 투자자였다면 수익금을 받은 뒤 바로 멱살을 잡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