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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리밀리 May 22. 2022

비명을 질러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당시 여성을 중심으로 대두됐던 미투(Me, too – 나도 그렇다) 운동에 지지하며 “새로운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외쳐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의지를 갖고 싸움을 계속해 나가면 누구도 ‘미투(Me, too)’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남녀차별과 성범죄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이들을 향해 “남성들의 힘에 대항해 진실을 말하려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너무도 오랫동안 듣고도 믿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시간은 끝났다.(Their time’s up)”는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번졌던 ‘#Me, too’ 운동과 ‘Time’s up‘은 그동안 여성을 둘러싼 불의에 눈감았던 시대를 넘어 불편한 진실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다. 이것이야 말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나 약자는 존재하고 또 약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악인은 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약자들이 자신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모든 부당함에 눈을 감고 입을 다물면 상황이 나아지리라 믿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만 참으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야.’ 하는 순간 인생은 퇴보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 사는 세상 속에는 선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악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악한 사람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회의 생리다. 그렇지만 악한 사람들이 힘을 얻는 사회가 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구성원의 인권과 존엄성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좋은 사회로 나아기기 위해서는 악한 사람들을 경계하는데 힘과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 사회가 올바르고 정의로운 쪽으로 흘러갈 수 있고 그런 사회는 사람 사는 세상 그리고 사람 살 만한 세상이 된다.


한국 드라마 ‘굿닥터’를 원작으로 만든 미국판 ‘굿닥터’에서 유능하지만 병원 내 성희롱으로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의사가 나온다. 헌데 병원 내부에서는 그가 실력이 좋다는 이유를 대며 징계 중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실에 다시 들어가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라는 논리로 말이다. 이에 피해를 입은 여의사는 “세상에는 실력보다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 최고의 의사라 할지라도 징계가 내려진 것에 대한 처분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력이 좋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잘못들을 눈감아준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며 반론을 제기한다. 이미 다른 피해 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숨기고 문제를 회피하거나 다른 직장으로 떠났을 때 그녀만이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병원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제대로 된 해결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실력’은 ‘실력’이고 ‘잘못’은 ‘잘못’이다. 이것을 한 데 엮어 실력으로 잘못을 무마해버리는 여지를 남긴다면 잘못을 개선할 기회마저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일을 눈감아 준다면 그것이 하나의 선례가 되어 같은 상황 속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미래를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면책특권만을 믿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마음껏 휘두를 것이다. 상대적으로 강하고 유리한 것을 가진 사람들이 이것으로 인해 그들의 불의함을 덮어주는 무기가 되는 순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지탱해주는 올바른 가치들은 무너져 내리게 된다. 힘을 가졌다고 해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무색하게 해버리는 것은 두 번 인권을 유린하는 가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한 사람의 실력을 잃을지언정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이것이 법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정의를 지키는 일이 된다. 이미 여자들은 몇 백 년을 참고 당했다. “당연하다.”, “어쩔 수 없다.”며 합리화 해왔던 지난날의 뿌리 깊은 불평등 문화를 바꾸고 모두가 존엄한 사회로 나아갈 때가 됐다. 건강한 사회라면 권력의 유무로 존재의 높낮이를 구분 짓지 않는다. 


미국 체조 대표팀과 미시간 주립대에서 30년간 주치의로 활동했던 래리 내서는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330여명의 어린 선수들을 성추행했다. 기간과 범죄 피해자의 숫자가 상식적이지 않은 이유에는 그간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왔던 미국 체조 연맹, 올림픽 위원회, 미시간 주립대의 방조 또한 한몫했다. 실력이 있다고, 그의 실력이 공동체와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그의 잘못에 대해 눈감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져 내서는 175년형을 받았고, 미국 체조 연맹과 올림픽 위원회는 피해 생존자들에게 4500억원, 미시간 주립대는 5918억원의 배상 지급 판결을 받았다. 배상금만 해도 1조가 넘은 것이다. 이는 미국이란 사회의 사법부가 이 사건을 한 개인의 범죄사실로 국한시키지 않고 공동체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묻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의 재판 과정 중에는 156명의 여성들이 사건의 피해 생존자로서 법정 증언을 했다. 그들 대부분은 실명과 신상을 공개한 상태에서 ‘정의실현’과 ‘무고한 자의 법적 보호’를 위하여 말이다. 창피함은 자신들의 몫이 아니라 가해자의 몫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증언을 했던 여성들 중 케이트 마혼은 작가 재스민 코르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비명을 질러라, 그러면 백 년 뒤 어느 날에는 다른 여성이 역사 속에서 ‘언제 내가 목소리를 잃었나’ 생각하며 눈물을 닦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이는 지금 이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문제 상황을 세상에 알리고 이를 우리 사회가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는 미래를 가져다주는 데까지 그 의의가 이어진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포기를 하는 순간 ‘더 나은 미래 또한 단념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사회는 고장 나 버리게 된다. 불의와 부당함에 대해 침묵하면 할수록 인간은 무력해지고 만다. 당당하게 나서서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대고 외쳐라! 그렇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생각해 볼 문제   

약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부당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에 동감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실력과 잘못을 구별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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