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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리밀리 Oct 04. 2023

배아줄기세포와 생명윤리

열대 민물고기 중에 ‘제브라피시’라는 것이 있다. 이 물고기는 사람과 완전히 다른 개체지만 사람과 비슷한 유전자 구성을 갖추고 있고 놀랍게도 사람의 유전자 70% 일치한다고 한다. 특히 사람의 신경계, 감각계, 심혈관계, 근육, 뼈, 심장, 뇌 등이 매우 흡사해서 오늘날 동물 실험에 쥐 대신 이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이런 제브라피시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지느러미나 심장을 잘라도 다시 자라고 심지어 다시 완벽하게 기능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학계에서는 제브라피시의 재생력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제브라피시의 재생력을 인간에게 옮기는 기술 연구 중이라고도 한다. 신체의 일부가 도마뱀이나 불가사리처럼 완벽하게 재생이 된다면 인간은 더 이상 타인의 몸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지 않아도 되고 이는 질병치료에 있어서 혁명이 될 것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쉽다. 사람의 손상된 신체 부위에 줄기세포를 넣어 세포분화를 시키는 재생치료법이기 때문이다. 배아줄기세포는 향후 어떠한 세포로도 분화를 할 수 있어 만능 세포라고도 불린다. 이를 특정 부위에 이식하면 필요로 했던 조직으로 재생이 가능하다. 그래서 배아줄기세포연구는 질병 치료에 있어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 의학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날이 온다면 인간 건강은 물론 삶의 질까지 증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점에 결부가 된다. 배아란 난자를 추출에 그 안에 있는 핵을 제거하고 복제할 사람의 체세포를 결합해낸 수정란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접합체가 한 번 이상 세포 분열을 하기 시작한 시기부터 하나의 완전한 개체가 되면 하나의 생명이 되는데 배아는 이 과정의 초기 단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낙태의 찬반 논란은 태아를 어디까지 생명으로 볼 것인가가 주된 쟁점이 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란은 배아를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할 것인가 하는 여부가 찬반을 가르는 핵심적 쟁점이 된다. 연구를 찬성하는 입장은 배아를 생명이 아닌 하나의 세포로 인식한다. 배아는 제대로 된 장기 형성하지 못한 단계이고 단독적으로는 기능을 할 수 없으니 세포군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은 수정 후 14일까지만 연구를 허용한다. 따라서 이 자체를 생명으로 인식하는 건 억지다. 이런 입장에서는 배아줄기세포연구는 윤리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따라서 이를 통해 뇌졸중, 치매, 당뇨, 파킨슨과 같은 질병을 치료에 적극 활용, 난치병 환자들에게 의학적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 헌법재판소는 2010년 판결을 통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의 생명권 및 존엄성에 직접 결부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입장은 배아는 분화와 성장을 통해 결국엔 하나의 생명체가 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 보는 것이다. 미래에는 생명이 될 배아 역시도 생명이고 이를 다른 생명을 유지하거나 치료하는데 희생시키고 이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본다. 인간의 존엄성을 경시하는 이러한 행위기 때문에 법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견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반대의 이유는 배아복제기술이 발전하다보면 개체복제 즉 인간 복제로 이어질 가능서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 복제가 인류의 미래에 끼치게 될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이를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다. 인간 복제가 기업의 경제적 이윤이 되고 국가 치원에서 군사적 도움을 준다고 했을 때 비윤리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경계하자는 논리다.


물론 배아줄기세포연구가 인간복제로 이어지는 부분에 대한 안정성 검토는 인류 미래와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인지한 많은 국가와 국제 협회에서 인간복제를 법적으로 금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복제에 대한 법적 제도가 마련이 되어 있음에도 배아줄기세포연구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기우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는 웃지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생명과학연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인체를 보전하는 범위 내에서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생명윤리법 제 1조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다. 질병을 고쳐 국민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분명 의학기술 발전의 핵심적인 목표다. 그런데 난치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고통을 고칠 수 있는 혁신적 미래 기술이 인간 사회의 논쟁 때문에 묶여 있다면 그건 분명 인간의 잘못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배아줄기세포연구에서 파생되는 윤리적인 문제들은 생명윤리법을 통해 입법적으로 규율하고 있고 배아줄기세포의 등록, 제공, 이용 등에 대해 정부 규제를 받고 있고 금전을 통한 불법적 난자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SF 영화 속에서 나오는 인간복제 문제들이 현실이 되어 나타날 것이라는 걱정 근심을 버리고 배아줄기세포연구가 재생치료를 해나가는 혜택을 보길 바란다.


*생각해볼 문제   

배아줄기세포연구가 논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배아를 생명체로 인식해야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생각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배아줄기세포 기술이 발전해 타인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지 않고도 재생시킬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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