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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리밀리 Oct 04. 2023

위험에 처한 나를 구해주는 보호법?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프랑스에서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통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의 사생활은 찰스 황태자와 이혼한 뒤부터 늘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사고 당일도 다이애나비의 운전사가 파파라치의 추격을 따돌리다 차가 터널의 기둥과 벽에 부딪히면서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극적 사고로 인해 다이애나비가 위험에 처해 있는 순간에도 파파라치들은 사진만 찍고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데 있었다. 그래서 사고가 발행했던 프랑스 의 사고 당국은 현장에 있던 7명의 파파라치를 체포하여 구조 거부죄, 과실치사, 사생활 침해를 적용시켰다. 프랑스 형법 제 223-6조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조해 주어도 자기가 위험에 빠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의로 구조해주지 않는 자는 3개월에서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7만 5천 유로(한화 1억원)에 처해지게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라고 한다. 


착학 사마리아인의 법은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한 유대인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도중에 강도를 만나 상해를 당하고 그대로 버려졌다. 그러나 이때 유대인 제사장, 레위인이 지나가다가 위험에 처한 유대인을 봤는데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이와는 달리 이곳을 지나가던 한 사마리아인은 그를 도와주었다. 심지어 당시 시마리아인은 유대인으로부터 차별과 무시를 받던 인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상관없이 구조를 해준 것이다. 반면 동족인 유대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도움이 필요한 유대인을 외면해 버렸다.


사실 이 이야기 속에서 법적 의무를 가지고 있는 인물은 그 누구도 없다. 그냥 지나치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유기할 때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 한 것에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라고 명명을 한 것이다. 이렇듯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도덕규범을 법의 영역으로 옮겨 놓았다. 원래 도덕의 영역은 자율성에 기반을 두는데 여기에 강제성을 띌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에 처한 사람을 보호할 법적인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만 법적인 처벌이 가해진다. 이러한 의무가 없는 사람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2016년 의식을 잃고 앞차와 추돌한 택시기사가 심정지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때 그를 남기고 현장을 떠난 승객들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큰 화제가 되었다. 만약 그들이 119에 사고 신고만 하고 떠났어도 택시기사의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형법 조항상 어디에도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에 관한 내용은 언급되어 않기 때문에 이들을 처벌할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의 경우 1964년 뉴욕 킨즈 지역에서 한 여성이 강도를 당해 구조요청을 했다. 35분 동안 범행은 지속되었고 결국 그 여성은 살해를 당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때 38명의 목격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어느 한 명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30여개 주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조항을 도입했다. 


모든 도덕적 문제를 법적인 문제로 다룰 수는 없다. 인간의 도덕적 차원의 것들을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루마니아, 덴마크, 폴란드, 러시아, 그리스, 헝가리, 체코 등과 같은 유럽 국가들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시행하는 나라가 점점 늘어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민이 사회 공동체 의식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면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로 나아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구할 수 있는 생명을 방치해서 잃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국민 생명 보호와도 연결된다.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위급한 상황이 나만 비켜 가리란 보장이 없다. 내가 위험에 처해 구조를 요청하는 절실한 상황에서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고 모두가 구경을 하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때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추진이 필요한 이유다.  


*생각해볼 문제   

자율성 영역의 도덕적인 일을 강제성이 있는 법의 영역으로 옮겨 놓는 것은 타당한 일인가?


우리나라에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도입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이에 대해 논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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