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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스young Jan 02. 2024

집에서 뭐 하냐고?

집순이 엄마의 취미는 게임

나의 부모님은 네 가족이 살기에는 아담한 아파트 한 채를 자가로 만들기 위해 8차례의 이사를 했었고 드디어 나에게도 나만의 방이 생겼다. 책상과 온 식구의 옷이 걸려있는 옷장과 함께였지만 나는 정말 행복했다.

내가 14살이 되었던 그 무렵, 부모님은 나에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사고 싶은 것을 사준다고 하셨다.

이때부터 나는 집순이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고 집순이를 완성시켜 주었던 것은 겜보이였다.


아빠가 구해오신 앞뒤 툭 튀어나온 브라운관에 연결해서 하던 나만의 게임세계, 겜보이


나는 열심히 공부를 했고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보았던 것 같다. 나는 겜보이를 얻었고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 겜보이 안에는 100가지의 세상이 들어있었다.

뚱뚱한 몸이었던 나는 그 세상에서 날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서커스도 하고 바닷속을 헤엄치기도 했다.

중학교 내내 나는 겜보이와 친구였고 그 모든 것이 마냥 행복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모바일게임, PC게임 마다하지 않고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철이 들었는지 게임을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비치는 모습이 좋지는 않겠다고 느껴서 인지 육아를 하면서 점점 게임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눈을 뜨게 된 보드게임의 세계.  처음에는 작은 종이상자에 들어있는 부루마블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수학을 보드게임을 통해서 만지고 생각하게 하려다 보니 점점 늘어나고 있는 보드게임이었다.


승부욕이 강한 두 아이는 보드게임을 시작하면 누군가는 눈물로 끝나야 했다. 어느 순간 나도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승부욕에 불타오르고 나도 모르게 이기게 되면 아이는 그 순간부터 눈물 콧물을 질질 짜면서 엄마를 도끼눈으로 쳐다본다. 그 이후 나는 게임을 지는 방법을 연구했다. 보드게임 지기의 고수가 된 나는 아이들이 들고 오는 보드게임에 이제는 승부욕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하는 그 시간이 소중해졌다.


요즘 시대에는 작은 휴대전화 속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내가 좋아하던 옛 게임들도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찾아서 할 수 있고 새로운 게임들도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게임들의 즐거움 속에서 나는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왜 허전하지? 생각해 보니 혼자만의 게임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더 즐겁다는 걸 보드게임을 통해서 알았기 때문인 듯하다.

  

집순이는 오늘도 방학인 아이와 어떤 게임을 할지 아침부터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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