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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스young Sep 12. 2023

내가 집이 좋아진 이유

집순이를 선택하다




3세부터 24세까지 나는 충북 청주라는 곳에서 생활했다.

초중고대학교까지 모두 보내면서 나름 청주라는 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운이 좋았는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취직을 했고 졸업 후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청주를 떠났고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가 보낸 첫 도시는 충남 천안.

많은 대학과 공장, 많은 사람들, 복잡한 거리들, 같은 시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당황함을 선사해 주었다.

하지만 그 당황함은 금세 적응되어 자유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퇴근 후에 기숙사 친구들과 늦도록 수다 떨고 같은 고민으로 힘들 때에는 소주 한 잔 하면서 다 털어버렸다.

그렇게 보낸 천안에서의 3년의 시간, 그 사이에 남자친구도 생기고 매주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면서 진정한 사회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2011년, 첫 이동 발령을 받았다.

솔직히 황당한 발령이었지만 회사원으로써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나는 충북 음성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기숙사가 없었기에 급하게 자취를 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자취를 하게 된 나는 한층 성숙하게 되었다.

사계절을 보내면서 월세와 관리비를 내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가계부도 적으며 나의 월급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이렇게 자취라는 경험은 장단점이 있었다.

기숙사에서 보냈던 3년은 행복했지만 퇴근하고 나서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함께 지내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자취를 하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진정한 자유를 느낀 게 된 것이다. 밤새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2년의 자취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었다.

 



이제 자취 생활에 적응할 때쯤, 난 다시 천안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회사원의 비애..... 반발할 수 없던 나의 소심한 성격은 나를 다시 천안이라는 도시로 돌아가게 하였다.

2년 만에 온 천안은 더 화려하게 느껴졌다. 조용한 시골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냈던 나는 다시 천안으로 왔을 때 기쁜 마음보다는 막막한 마음이 컸다. 24평의 아파트에서 8명이 함께 사용하게 되었고 아침부터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다. 화장실 사용 순서부터 시작하여 기숙사 청소 당번, 설거지 당번 등등 함께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움보다는 부담이 되었고 천안에서의 삶이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컸다.

천안에서의 삶, 남자친구가 아니었으면 매일매일이 힘듦이었다.

그렇게 나는 천안에서의 1년 반의 시간을 보냈고 어느덧 30살이 되었다.




30살이 된 나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고 6년의 연애를 끝으로 나는 한 남자의 부인이 되었다.

결혼을 하자마자 회사는 또 발령을 내었다. 1년을 연수원에서 근무하면서 쉼 없이 보냈는데 결혼하니 대학교로 발령이 났다. 회사에서는 학교 업장은 방학이 있으니 결혼을 했어도 힘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회사에서 배려해 주었다는 말을 전했다. 솔직히 학기 중에 피 터지게 일해야 했고 인력이 부족하여 매일이 전쟁 같았다. 과연 이것이 배려가 맞았을까? 그렇게 6개월 만에 나는 몸이 망가졌고 결국 6년 정도의 회사 생활을 끝내야 했다. 솔직히 첫 나의 회사였고 정들었고 행복하게 일을 했었다. 그런데 너무 잦은 발령(같은 지역에서도 발령이 잦았다)은 나를 지치게 하였고 결국 사직서를 내고 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전업주부가 되고 나니 몸과 마음을 달래주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집에서 노는 것이었다. 6년 정도의 회사 생활 중에 나는 발령을 8번을 겪었다. 그러면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마음을 다치기도 했고 변화는 나를 힘들게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을 달래주기 위해서 나는 안전한 집에서 노는 것을 선택했다. 이렇게 나는 집순이가 되었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도 단시간 근무로 회사에서 있는 시간을 줄이고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결혼 10년 차가 되었고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으며 전업주부로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순이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 앞으로 집에서 무얼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지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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