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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스young Sep 12. 2023

온라인 카페 스텝을 하라고요?

집순이의 첫 온라인 경험




첫 아이 출산 후, 육아휴직 1년을 주었던 작은 중소기업 회사. 정말 고마웠다.

지금은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당연한 것이었고 작은 회사여도 목소리를 내어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하지만 8년 전에는 육아휴직을 쓰고 나오면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쉽게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된다고 먼저 말해주었던 회사, 나는 마음 편히 첫 아이를 내 품에서 1년을 키울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와 원 없이 이야기하고 안아주고 보듬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생겼고 엄마들의 꿀팁을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카페를 알게 되었다. 그곳은 정말 신세계였다. 나는 집에서 아이와 같이 책 보고 놀아주고 하는 것이 행복했는데 그 카페에서 알게 된 세계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내가 했던 것들은 아이에게 전혀 자극이 되지 않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혼자 노는 것을 참 좋아하던 나는 아무리 온라인이어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고 그저 눈으로만 글을 읽으면서 아이의 두뇌 자극을 시켜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으로만 본 지 3년이 지났고 그 사이 둘째 아이도 태어났다. 그러면서 그 온라인 카페는 나에게 즐거움이 되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건 바로 엄마표 아이들 교구 만들기였다. 첫째가 아주 어릴 때 영어 흘려듣기를 위한 엄마만의 노래 책도 만들고 아이들 보드게임도 직접 만들었다. 솔직히 잠을 줄여가면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만들면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게 봐주고 놀아주었다. 그 경험이 온라인 카페에 자료를 공유하면서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집순이의 첫 도전은 온라인 카페의 스텝 요청이었다. 내가 올렸던 자료들이 회원들에게 반응이 생기다 보니 카페 부매니저의 연락을 받았다. 카페에 아이들을 위한 자료들을 만드는 스텝이 되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조용한 성격에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노는 걸 좋아하던 나는 왜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거지? 라며 놀랄 뿐이었다.


잠시 놀란 후, 나는 스텝을 해보겠다고 했다. 무슨 용기인지는 모르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아이들을 위한 일이어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스텝일은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다.


과연 집순이인 나에게 이 온라인 카페의 의미는 뭘까?

처음에는 육아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나와 같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다.

나만 우울한 것이 아니었고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만난 온라인 친구들은 금방 사라지기도 했지만 함께 이야기했던 시간만큼은 소중했고 고마웠다.

그리고 나도 무언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고마운 곳이다.




전업주부가 된 지금도 아이들을 위한 자료를 만들고 같이 고민하고 함께 책을 읽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걸 더 연구해야 하는지, 나의 부족한 점이 무언지 고민하게 되고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어떤 걸 만들어야 친구들이 좋아할지에 대해서 의견을 묻고는 한다.


오늘도 큰 아이는 엄마가 공부하는 한국사가 다른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좋은 공부가 되길 바란다면서 응원을 해주었다. 집순이 엄마를 둔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성장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엄마에게 맞춰주는 것이 참으로 고마울 뿐이다.


집순이 엄마야, 오늘도 느린 한 걸음이지만 두 아이를 위해서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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