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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시 Aug 25. 2023

미국 인턴 첫 휴가는 라스베가스

샌디에고 girl의 라스베가스 여행기 Day1

미국에 와서 일한 지 6개월이 되었다.

휴가 한 번 쓰지 않고 계속 일만 하니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운전을 잘 못하니 계속 집 근처만 전전해서 이제는 샌디에고 해변과 팜트리가 지겹다. 도심 속으로 떠나고 싶다. 후보지는 뉴욕, 시카고, 라스베가스. 어디로든 그냥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계획을 짜려고 하면 머리가 아팠다. 여행을 누구랑 함께 갈 것인지, 공항까지는 어떻게 갈 것인지 생각하면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극적으로 캐나다에 있는 사촌동생과 함께 라스베가스로 떠나기로 했다. 6개월 만의 휴가라 그런지 너무 너무 신나는 동시에 집에서 공항까지 어떻게 갈지 걱정도 되었다. 왜냐하면 오전 7시 비행기라 집에서 새벽 5시쯤 나가야 했고 집에서 공항까지 우버비가 $77이었기 때문이다. 돈이 줄줄 나간다.


아무튼 나는 새벽 5시 15분에 토마스 기사님의 우버를 타고 샌디에고 공항으로 갔다. 그런데 토마스 기사님의 우버 스크린이 작동을 안 해서 네비게이션도 안되고 우버비 계산도 안되었다.  토마스 기사님은 네비 없이도 이미 길을 다 알고 있어서 샌디 공항까지 나를 데려다 주기는 했는데 정산은 나중에 기사님이 우버 헬프센터에 문의해서 추후에 결제하겠다고 했다. 기사님이 미니 생수도 한 병 주셨다. 고마워요 토마스 아저씨!


혼자 비행기를 타는 건 늘 떨린다.

혼자서 미국은 어떻게 왔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체크인을 하기 위해 체크인줄을 섰다. 미국에서의 첫 여행에 설레면서 이 즐거운 순간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기 여념이 없었다. 그러고 나서 깨달았다. 내가 다른 항공사 체크인 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스타 업로드하다가 비행기 놓칠 뻔했다. 후다닥 내 항공사 체크인하는 곳으로 갔다. 다행히 기다리는 줄이 없어서 바로 보딩패스를 받았다. 그리고 게이트로 향했고 그전에 몸수색? 을 했다. 몸수색 대기 줄이 상당히 길었다. 탑승 한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고, 남의 항공사 체크인 줄에서 오래 대기했던 터라 시간이 빠듯했다.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신기한게 미국에서는 몸 수색할 때 신발도 벗어야 한다. 아무튼 무사히 검사를 마치고 비행기 타러 갔다. 룰루 이제 한 시간 뒤면 라스베가스다!



오전 7시 15분에 출발하는 항공편이라 나는 자리에 앉아서 이륙하자마자 거의 잠들었다. 두 번 정도 눈 뜨니까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카지노가 나왔다.

공항을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짐 찾고 우버 타러 갔다. 한여름에 사막으로 와서 그런지 너무 더웠다. 우버는 level 2에서 탈 수 있다고 하는데 표지판을 보니 내가 있는 곳은 level 1. 길 찾는다고 공항 직원한테 길을 물어봤다. 공항직원은 시니컬하게 앞으로 쭉 가서 2층으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라고 했다.

2층으로 올라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은 아수라장 그 자체.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나의 우버 기사님을 만날지 감도 안 잡혔다. 그렇게 당황하고 있을 때, 아까 나랑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던 라틴계 여성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셨는지 나보고 여기서 어떻게 본인 우버 드라이버랑 만나냐고 물어봤다. 그러더니 저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어딘가로 향하시길래 나도 거기로 따라갔다. 그분이 옆에서 도와주셔서 나는 무사히 우버 기사님과 만날 수 있었다.


시간이 오전 9시 조금 넘었는데 내 사촌동생은 오후 4시에 라스베가스에 도착한다. 호텔 체크인도 오후 4시이다. 일단 나는 내가 묵을 호텔에 짐을 맡겼다.

라스베가스에서는 호텔에서 짐만 따로 맡아주기도 한다. 나는 체크인 전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근처에 있는 벨라지오 호텔로 이동했다. 구글맵에 검색해 보니 걸어서 15분이었다. 밖에 나가자마자 열기에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나는 길치이다. 내 호텔에서 벗어나려면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호텔 출입구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겨우 길을 찾아갔다. 가는 길에 녹아내릴 뻔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못 마시고 걸어 다니는 거라 더 힘들었다. 겨우 벨라지오 호텔에 도착했다.

에르메스 매장이 있는 아주 근사한 호텔이었다. 여기 있는 유명한 브런치 맛집에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싸고 웨이팅이 길어서 패스했다. 커피가 미치도록 마시고 싶었다. 커피를 찾아 떠났다. 겨우 찾은 호텔 안 카페는 라떼 한 잔이 무려 $8이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걸을 힘이 없어서 아이스 라떼 한 잔 사서 테이블에 앉아서 카페인 수혈을 했다. 호텔 안 카페에 테이블이 모자랐는지 한 미국 할머니께서 내 테이블의 남은 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흔쾌히 오케이라고 했다.  내게 말을 건네었던 미국 할머니와 그녀의 지인이 나의 테이블을 함께 공유하게 되었다. 나는 너무 지쳐서 라떼를 마시면서 휴대폰만 했다.

내가 커피를 다 마셔갈 때쯤, 내가 할머니한테 라스베가스에 여행 오셨냐고 먼저 말을 걸었다. 그랬더니 할머니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라스베가스에 동생이랑 같이 여행 오셨다고 대답해 주셨다. 옆에 일행 분이 친동생인데, 동생 은퇴기념으로 뉴저지에서 여행 왔다고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라스베가스에 5번도 넘게 왔다고 라스베가스를 즐기는 꿀팁들도 잔뜩 전수해 주셨고 맛집들도 추천해 주셨다. 은퇴하신 할머니는 원래는 법정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셨는데, 워낙 범죄가 흉악하니 humanity를 상실할 것 같아서 은퇴하고 이제 인생을 즐길 것이라고 하셨다.

그분들이 나에 대해서도 여쭤보셔서 나는 미국에 인턴 하러 왔다고 하니까, 나에게 너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네~라고 하시면서 축복해 주셨다. 그분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하고 나중에 헤어질 때는 서로 포옹도 하고 할머니가 내 볼에 뽀뽀도 해주고 떠나셨다. 여행 와서 이런 멋진 경험을 해서 즐거웠고 앞으로의 일정이 더 기대가 되었다.


나는 조금 더 카페에 앉아서 쉬다가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혼자 고급진 식당에 들어가서 크리스피 칼라마리를 먹었다.

미국 와서 내 최애 메뉴이다. 사실상 오징어 튀김인데 미국 레스토랑에서는 크리스피 칼라마리라는 이름으로 비싸게 팔린다. 오징어 튀김 한 접시에 20불 넘게 지불했다. 하지만 크리스피 칼라마리를 먹으면서 참 기분이 좋았다.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일만 했는데 주중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이 사실이 감사했다. 그리고 돈이 참 좋구나.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예약한 플라밍고 호텔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체크인 예정인데 3시 30분에도 추가요금 없이 체크인 가능하다고 해서 체크인하고 방에 가서 쉬었다. 바로 손 씻고 침대에서 쉬었다. 그런데 가성비 호텔이라 그런지 이불에 얼룩도 묻어있고 눈썹 털 같은 것도 붙어 있어서 조금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도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사촌동생이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는 누워있었다.

동생은 짐만 두고 바로 관광하러 나가고 싶다고 해서 동생이 공항 도착했다고 카톡 하자마자

나는 씻고 화장하고 옷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조금 있다가 동생이 도착했다. 8개월 만에 만나니까 너무 반가웠다. 호호

동생이 호텔 방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서로 반가운 안부인사를 하고 밖에 나갈 단장을 마저 했다.

우리는 호텔 안에 있는 플라밍고랑 같이 사진 찍고 저녁 먹으러 고든램지 햄버거집에 갔다.

동생이 사진을 이쁘게 찍어줬다.

햄버거는 그냥 맛있는 수제버거 맛이었다.

그리고 정말 비쌌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밤이 되어서 라스베가스 거리가 낮보다 훨씬 화려하게 변해있었다.

같이 사진 찍고 놀았다. 그리고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도 봤다. 사실 분수쇼 자체에는 큰 감흥이 없었고 분수쇼와 함께 인생샷 건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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