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내일 혼밥 한다!
“혼밥? 뭔 소리야? 왜 밥을 혼자 먹어?”
아들 녀석이 혼자 밥을 먹는다는 얘기를 무슨 자랑하듯이 목청 높여 얘기한다.
아내의 말을 들어 보니 평소에는 밥을 먹고 지 누나와 같이 학원을 갔었는데, 내일은 혼자 먼저 가야 한단다.
그러니 점심시간에 당연히 혼자이고, 그게 마음에 걸려 엄마가 가서 밥을 같이 먹겠다는데도 굳이 싫단다. 그러면서 “혼자 법 먹는 것”에 들떠 있다.
사실 언제부턴가 일상적인 용어로 떠오른 혼밥, 뭐 그냥 혼자 밥을 먹는다는 단순한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시그널이 내재되어 있다.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진짜 없을 수도 있고, 바쁘고 빈곤하여 누군가와 밥을 한 끼 같이 먹을 여유나 시간이 없어 대량으로 찍어내듯 만들어낸 편의점의 간편식으로 혼자 간단하게 때우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그것일 것이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관계의 피곤함에 밥이라도 혼자 맘 편히 먹겠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0살 아이가 혼밥을 하겠다며 저리 들떠 있는 건 그런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 대답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엄마에게 계속 내일 뭐 사 먹을까? 엄마, 나 돈 내일 얼마 줄 거야 등등 질문이 끝이 없다. 엄마가 가서 같이 밥을 먹어 주겠다는데도 굳이 혼자를 고집하는 건 이제 자기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해방감도 느끼는 듯하다.
그런 아들을 보고 있으니 웃기기도 하고 한편 야릇한 섭섭함도 든다. 부모의 간섭을 벗어나 자기 뜻대로 하고자 하는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지극히 자연적인 순리일 것이다. 이제 11살이니 아직도 내 품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제 하나씩 하나씩, 결국은 자기가 혼자 살아가야 할 인생을 알아 갈 것이다. 지금은 엄마, 아빠 없이 혼자 밥 먹는 새로운 경험에 들떠 즐거울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진짜로 마음 편히 밥을 한 끼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하게 되는 혼밥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다음 날 퇴근하자마자 아들 녀석은
“ 아빠, 나 점심에 혼자 김밥 사 먹었다!”
“대단한데? 무슨 김밥 먹었어?”
“참치 김밥 먹고 남은 돈으로 편의점 가서 후식도 먹었어!”
“너, 잔돈 남겨 오랬더니 누가 편의점 가서 사 먹으래?”
잔소리로 마무리하는 엄마를 피해 녀석은 후다닥 방으로 도망가 버린다. 그런 아들을 보며 난 언제 처음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었는지 궁금하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