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여 년 전 추석.
그때는 외가에 친척 2-30명이 모두 한집에 모여 시끌벅적했더랬다.
외할머니, 외숙모, 이모, 엄마, 그리고 꼬마들이 안방에 모여 앉아 송편을 만들었던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예닐곱 살, 고사리 손으로 송편이 제 모습을 갖출 턱이 있던가. 만두 비슷하게라도 모양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을, 완성되는 것은 고명이 비죽 나와있는 조그마한 반죽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땐 그 모양이 어찌나 부끄럽고, 어른들의 불호령이 떨어질까 겁이 나던지... 어린 마음에 주머니에 몰래 넣어 가지고 나와 도랑에 몇 번이고 버린 기억들.
지금 생각해 보면 엉뚱한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쁜 송편을 못 만들어서 혼이 날까 조마조마했던 내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못생겨도 은쟁반에 당당히 올려놓았다면, 어땠을까?
오히려 어른들은 귀여운 꼬마의 작품 덕분에 한번 더 웃지 않았을까?
모양은 그래도 고명이 가득한 송편이 되었을 텐데...
송편이 되지 못한 반죽들이 꼭 주눅 든 과거의 나와 같아서, 그 꼬마를 불러다 위로해주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