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 살의 깜짝 만남 대작전

by 네네

병원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서울에 갈 일이 생겼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직장에서 일찍이 조퇴를 하고, srt에 서둘러 탔다.

아예 연차를 내고, 서울에서 어머니와 함께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 동기를 만날까도 했지만, 혹여나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기에 약속을 잡지 않고 느지막이 병원 예약을 잡았다. 병원 예약 시간은 5시 20분. 수서 도착 시간은 3시 10분. 수서에서 병원까지는 지하철로 대략 1시간.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가만히 생각해 본다.

병원에서 여섯 역 정도 전에 친구의 금은방이 있었지. 깜짝 방문해 볼까?

지난번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얼굴이라도 한 번 봤으면 싶은데, 서로 일하랴, 육아하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만날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며 전화를 끊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친구의 가게에 들르자고 결심이 선 뒤에도 잠깐 들르겠노라고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

첫째는 반가워할 친구의 얼굴이 궁금했고, 둘째는 내가 가겠다고 친구에게 부담을 주기는 싫었다. 정말 잠시 얼굴만 보고 음료수만 전해주고 올 계획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머니만 계신다면? 불안한 마음도 잠시 들었지만, 그냥 그날은 운명에 맡겨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찾아간 가게는 이미 몇 팀의 손님이 있었다.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문밖에 기다리다 보니 20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젠 30분 후면 다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 한 명의 손님이 남아 있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갑자기 묘책이 떠올랐다.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기다리는 손님인 척 앉아 있기로 했다. 이게 웬 깜짝 카메라? 혼자 속으로 킥킥대며 조심스레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들어서자 친구는 내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앞에 있는 손님을 응대하기에 바빴다. 마침 손님은 금을 팔게 된 사연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 중이었기에 친구는 나에게 신경 쓸 틈이 없어 보였다.

드디어 손님이 떠났고, 부채로 얼굴은 가린 채 “사장님~ 있잖아요.” “짠! 나 왔지~” 라며 마지막까지 친구를 깜짝 놀라게 하는 나의 센스~

친구는 너무 놀란 얼굴이었다. 대학생 때의 텐션만큼은 아니었지만 친구의 놀라움과 기쁨이 충분히 전해질 정도의 표정이었기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는 길에 급히 사온 비타 500을 건네며, 안부 인사를 나눴고, 그 중간중간에도 끊임없이 손님이 들어섰기에 잠깐잠깐 10분의 대화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예상하고 간 일이었고, 더 이상 방해가 될 수는 없었기에 친구에게 가보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황급히 뭐라도 가져가라며 검은 봉지에 자두를 몇 개 담아주는 마음에 코끝이 찡해졌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병원 검사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리고 결과를 듣는 도중에 응급 환자가 생겨서 상세한 설명은 다음 내원 때 들려드려도 되겠냐는 의사의 간곡한 부탁에 자리에 일어설 수밖에 없었고, 3시간이 걸려 도착한 나는 잠시 허탈했다.

그러나 이내 친구를 만나려고 설렜고, 재미있었고, 친구의 반가운 얼굴을 보았기에 그 3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이 너무 따뜻했기에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인생에 희로애락이 있다면, 나는 오늘, '애'와 가까울 뻔한 날을 '락'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이런 이벤트라면... 얼마든지 또 계획... 아니, 느낌이 오는 그 순간이 있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금처럼 빛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