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연습

by 네네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가세요?"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휴가=떠남'이 공식이라도 되는 듯 집에 있는다고 답하면 의아한 표정이 된다.

집 밖을 나서야 시작되는 진정한 휴가.

문득 초등학교 때 방학이 떠오른다.

그때는 방학 숙제로 가족 신문 만들어 오기가 필수였다. 신문 1면에는 가족사진을 싣는 것이 불문율이었고, 대개는 방학 동안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붙이기 마련이었다.

가족휴가라고 해야 뒷산에 돗자리 깔고 김밥 먹기가 전부였던 나는(물론 즐거웠지만) 개학식날 다른 친구들이 야외 수영장이나 계곡에서 찍은 사진을 은근히 자랑하며 보여줄 때 부럽고, 부끄러웠다. 매일 가는 뒷산에서 무슨 사진이란 말인가. 결국 나의 가족 신문 1면은 항상 만화 그리기가 취미였던 언니의 상상 가족 여행 그림으로 장식되었고, 1면에 대한 고민이 끝난 나의 실력 발휘로 완성되었다.

사진을 만회하겠다는 필사의 노력 덕분인지 가족신문에서 늘 수상했지만, 내 상장보다는 남들의 진짜 사진이 늘 갖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울 일도 아니건만, 그땐 그랬다.


지금은 휴가철이면 산으로, 바다로 예산과 체력이 허락해 주는 한도 내에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남들 보기엔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구색은 갖추게 되었으나, 이게 과연 진정한 휴가일까?

오히려 선풍기 앞에 얼굴을 대고 바닥으로 뚝뚝 흘러내리는 하드를 먹고, 수박 빨리 먹기를 겨루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바닥이 수박으로 흥건했던 그때가 진짜 휴가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개학이 기다려졌던 걸 보면 그때야말로 매일매일이 휴가였지 싶다.


지금은 휴가 잘 보내기 대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아, 어디라도 가야 되는데, 뭐라도 해야 하는데...' 종종거리며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어느새 휴가가 끝나고 피곤에 찌들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문득 진정한 휴가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언제든, 어디에서든 걱정 없이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것이 진정한 휴가가 아닐까.

나는 지금 카페로 1시간의 휴가를 왔다. 조금 더 정확히는 글을 쓰기 위해 잠시 카페에 들렀다.

글쓰기는 나에겐 일종의 휴가 연습인 것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쉰다는 것.

친구들의 가족사진을 부러워했던 것처럼, 나는 아직 잘 쉬는 사람이 부럽다.

작가의 이전글새로운 여름은 이제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