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다국적 국가이고, 다국적 기업이 많다. 그렇기에 다국적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다양한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 꼭 고소득과 비례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지내는 동안 만난 직장 동료들 중 재밌는 동료 두 명이 있었다. 현지 동료 A는 스페인어, 영어, 불어 등 7개 언어를 할 수 있었고, 다른 현지 동료 B는 영어, 한국어, 말레이시아어 이렇게 3개 언어를 할 수 있었다.
위 동료 A, B 모두 희소했다. 동료 A는 7개 언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소했고, 다른 한 동료는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이라 희소했다. 내 기준에서도 희소했지만, 그 당시 사회적 기준에서 볼 때에도 희소했다. 둘 다 희소했지만 급여는 동료 B가 A보다 3배는 더 많이 받고 있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그 당시 근무하던 회사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 회사는 영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가 필요한 회사였다. 스페인어, 불어가 필요한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동료 A는 영어를 담당했다. 말레이시아는 영어가 모국어로 쓰일 만큼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희소가치가 낮아 7개 국어를 할 수 있음에도 업무상으로는 평범한 직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수요 대비 공급이 적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진출하는 외국계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어에 대한 지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유럽, 미국 등의 선진 국가에서 일하고 싶어 했고, 상대적으로 후진국으로 취급받는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할 한국인을 찾기는 너무 어려웠다. 한국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어를 가르쳐 줄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웠고, 현지인이 배우기 어려운 언어이다 보니 해당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현지인의 몸값이 폭등했다.
세 번째로 전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료 A는 여러 언어를 할 수 있다 보니 다른 다국적 기업에도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번번이 떨어진 이유는 스페인어 하나만 몰두한 후보자에 밀렸기 때문이었다. 유럽 등의 언어가 필요한 기업이 많지 않다 보니 수요도 적은데 전문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우린 단순 일상 회화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IT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전문용어를 쓰며 설정을 직접 해야 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희소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듣고 3개 국어를 하는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중국어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 더 좋은 곳으로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국어 공부를 할 시간에 프로그래밍 실력을 더 길러 중국 시장에 나에 대한 소문이 났다면 중국 기업에서 통역가를 붙이면서라도 나를 데려갔을 것이다.
차별화와 희소성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좋지만, 내 능력을 구매하고 싶은 고객을 생각하며 어떻게 희소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