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근길에 공항으로 향하는 길을 지나친다.
캐리어를 끌고 가는 외국인들, 한국인들 그리고 승무원들을 마주친다.
그들은 어딘가로 떠나고, 나는 회사로 간다.
같은 길 위에서 전혀 다른 목적지를 가진 사람들을 스쳐 지나갈 때면
설명하기 어려운 무기력과 박탈감이 따라온다.
퇴사하기 전까지, 언젠가는 꼭 한 번
출근하다 말고 그냥 여행을 가버리고 싶다.
마치 이터널 선샤인의 주인공처럼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정해진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회사에 다닌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지쳤다.
그런데 앞으로 몇십 년을 더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더 깊은 무기력 속으로 밀어 넣는다.
힘들었다가, 괜찮아졌다가,
다시 힘들어지는 이 반복 속에
영원히 갇혀 있는 기분이다.
빠져나갈 수 없는 루프처럼.
나는 오늘도 공항을 지나 회사로 간다.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