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연인들

아침 안개 자욱한 붉은 광장에서 나는 한쌍의 중년 사람들을 보았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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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모스크바의 아침에 안개가 끼었다.

붉은 광장의 아침은 굼 백화점 앞에서 시작한다. 광장에 관광객이 모이기 전에 사람들은 백화점 주변을 서성이며 문 열기를 기다린다.

마침내 백화점이 문을 열고, 백화점 2층에 올라 창문을 보면 거기 크래믈린 궁이 보인다. 꺼지지 않은 불꽃이 보인다. 혁명의 불꽃이다.


백화점을 나서자 안개가 걷힌다. 거기서 성 바실리 성당을 등지고, 광장을 가로지르는 한 쌍의 남녀를 보았다.

차림새가 외국인은 아닌 것 같다.


친구였을까. 사랑하기 시작했을까.

혹은

동지인가. 동무인가.


나그네는 궁금하다.

시선은 그 두 사람의 그림자를 따라서 광장 끝까지 이어진다.






스땅달에게 있어서 사랑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키워드는 “이상화’이다.

사랑이란 이상화 'crystallization'의 과정이다.

사랑하면 아름다워 보인다. 이성이나 직관이 아니다. 별개의 정신적 작용이다. 스스로 상대방을 이상의 연인으로 수정하여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그 이지미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는 동안에 상대방으로부터 매일매일 새로운 환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허구의 바다에 퐁당 빠진다. 죽을 만큼 즐겁다.

누구나 다 안다. 사랑에 빠졌음을. 이성으로 상대방을 보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그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사회주의의 사랑은 자본주의 개인주의 사회와 다르다.

개인주의 사회의 사랑이 개인의 영역이라면. 또는 그것이 추구하는 것이 개인의 이익이라면

사회주의 연애는 그것이 사회와 집단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


모스크바의 사랑.

한국인들끼리 모스크바에서 연인이 된다면

그것은 서울식 연애일까 아니면 모스크바식 연애일까

사랑은 속지주의일까. 속인주의일까.


붉은 광장. 굼 백화점 앞에서

나그네는 모스크바의 두 사람을 보면서 문득 고개를 숙이고 내 마음을 들여다 본다.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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