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은 핑크색보다 화려하다.

쿠바 아바나의 옛 시가지를 걷다가 보라색으로 치장한 소녀을 보았다.

by B CHOI
성인식.jpg




소녀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오래된 교회의 난간에 기대어 의기양양한 미소로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다.


거긴 광장이다.

쿠바 올드타운을 걷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 지나치는 광장이다.

광장은, 그 광장 한 쪽 그늘에서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라틴 음악들로 언제나 꽉 차있다.

그 음악들을 헤치며 광장을 가로질러 걷다가

예쁘게 차려입은 한 소녀를 보았다.


킨세아녜라Quinceañera. 성인식을 치루면 소녀에서 여인이 된다

파티를 하고 딸은 아버지와 왈츠를 춘다. 딸의 생애 첫 이성 파트너가 된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즐거움일까 아쉬움일까.

그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15살 소녀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성당에서 축하 미사를 드리고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은 아마 액자에 보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소녀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또 할머니가 될 떄까지 소녀의 침실 화장대 앞에서 소녀의 인생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나그네는 찌는 듯이 무더운 쿠바 아바나의 올드타운을 지나면서

성인이 되는 이국의 소녀에게

그 인생이 보랏빛이기를 기원해 준다.


행복 해 줄래. 잘 살아주지 않겠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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