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블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곳이다.
카블의 밤엔 총소리가 들린다.
나그네는 총소리에 익숙하지 않다.
힌두쿠시의 밤하늘엔 별이 많다. 서울보다 확실히 많다. 별이 총총한 하늘에 총소리가 메아리 친다.
비겁한 것은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총소리에 누군가는 죽었을 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누구인가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웠을 것이다. 그 절박한 밤에 나는 잠이 들었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란 이유로 나는 누군가 죽고, 누군가 다치고, 누군가의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그 긴박한 현장에서 코를 골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은 맑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카블은 일상이다.
사람들은 장사를 하고, 일을 하고, 농사를
짓고, 돈을 번다.
카블의 아침에
2018년 어느 날에
카블시내를 가다가 사람들을 보았다.
총을 든 경찰과 핸드폰 카드를 파는 남자와 또 무엇인가 돈을 벌기 위해 거리에 나온 아이가
동시에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홀린 듯이 시선과 마음을 빼앗겼다.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늙어 죽든. 병에 걸려 죽든. 사고로 죽든 죽는다.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아야 한다.
총을 들거나, 장사를 하거나, 동냥을 하거나, 훔치거나 우리는 살아야 한다.
그 절박한 현장에서
당장 폭탄테러나 테러리스트의 소총 난사가 일상인 그 거리에서
잠시 정신줄을 놓고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모든 시름을 다 잊고 바라보고 있다.
표정은 심각하다.
지나가는 나그네도 마찬가지이다.
그 위험한 곳에서의 미션을 잠시 잊고, 카메라를 꺼내서 그들을 찍고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나 사진에 찍힌 사람이나 똑같다.
그것이 인생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