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바다에서는 추억보다 아쉬움을 담아오는게 더 낫다

쿠바 아바나의 해변에선 일상의 대화가 속삭임이 된다. 갈대 때문이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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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37.5658도

동경 126.9751도

서울 덕수궁의 좌표이다. 3차원 공간을 특정하는 데는 위도와 경도로 충분하다


하지만 추억을 소환할 때는 여기에 한가지가 더 필요하다. 시간이다.
그 해 가을

길 위에 떨어진 낙엽들이 휴지처럼 바람에 날리던 덕수궁 돌담길은 평면위의 위치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시간과 장소.

너를 만나기로 할 때 꼭 전달해야 하는 정보이다.

시간만이라거나. 위치만 말해서는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카리브해. 쿠바 아바나의 카리브해안 이라면

그냥 위치만 말해도 된다. 아바나 Playa Bacuranao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그리고 아주 오래된 오토바이를 탈수 있다면.


거긴 언제 가든 상관이 없다.

해변을 따라 달리다가, 마음 내키는 곳에 머물면

나는 어느새 바다가 되고, 갈대는 바람에 내 마음을 간지럽힌다.


굳이 음악을 틀지 않아도

나의 심장은 쿠바의 경쾌한 리듬을 따라 박동하게 된다.





쿠바에는 오래 머물면 안 된다.

추억보다 아쉬움을 마음에 담고 와야 한다.

그러면 두고두고,

쿠바는 추억보다 아쉬움으로 내 심장을 야금야금 파 먹는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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