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의 작은 예배당들

벽은 하얗고 지붕은 파랗다. 크기는 작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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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 시간. 사랑 그리고 영혼의 속삭임.

산토리니 피라의 아침에 마을을 산책한다.예배당이다. 성직자는 예배당 앞에 몇개 안 되는 의자를 내 놓고, 예배에 쓸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예배당에 모여 든다.


예배당이 지천이다. 예배당을 지나 골목을 돌아서면 또 예배당이다. 예배당은 작다. 둥근 머리를 하고 있다.

벽은 하얗고 지붕은 파랗다.


반쯤 열린 하늘색 문. 슬며시 문을 열고 내부를 엿보면 사람이라곤 몇명만 들어서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공간이다.

하늘과 바다 사이에 숨겨진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 앙증맞은 예배당은

산토리니 여행자에게는 낭만이고 추억이지만 그리스인들에겐 상처이고 아픔이었다고 한다.

지중해를 지배하던 터키는 그리스의 종교가 맘에 안 들었나 보다. 예배당 크기를 제한 하였다고 한다. 허용된 예배당의 크기는 비 현실적으로 작아서 마굿간 보다 작아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 사람들은 지금도 예배당을 크게 짓지 않는다.

지붕은 낮아서 키 큰사람은 천정에 머리가 닿는 예배당도 있다. 미니어쳐 건물 같은 비 현실적 예배당도 많다.

교회가 규모가 작으면 수효가 많아진다.

그리스는 교회가 한 골목에 여러개가 있기도 하다. 심지어 집집마다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같은 대형교회는 꿈도 못 꾼다.


작은 교회가 주는 평안이 있다. 개인적인 느낌의 예배당이다.

아늑하고 비밀 스럽다. 무엇보다 조용하다.

어쩐지 맞춤 서비스가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세속을 피하기에 좋아 보인다.





누가 나에게 산토리니에서 무엇을 보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예배당을 보았다고 대답한다.

하얗고 작은 예배당.


지금도 그 예배당은 내 마음속에서

지중해 해풍을 견디며 비밀을 지켜내고 있다.

나의 밀실이다.

파란 문을 닫고 들어서면

나 혼자만의 공간이다. 바다와 작음과 휴식이 있는 고요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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