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북역과 몽마르뜨 언덕사이 골목길에 지금은 박물관이 된 싸롱이 있었다
파리의 밤은 아름답다. 낮보다 그렇다.
몽마르뜨에 해가 진다.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이제 여길 떠나야 한다.
남쪽으로 골목을 따라 언덕을 내려온다. rue Chaptal 거리는 좁다.
말발굽 소리 들린다.
말의 편자와 도로를 포장한 작은 돌이 부딛혀서 나는 소리는 경쾌하다.
거리는 가스등불이 흐릿하게 어둠을 비추고
마차는 싸롱 정문에 멈춘다.
나는 어둠에 숨어서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훔쳐본다.
맨 먼저 내린 것은 쇼팽이다. 그는 조급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다.
마차가 정지하자 마자, 마부가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마차에서 내려서 싸롱으로 들어간다.
루소가 도착한 것은 그 다음이다. 그리고 유진 들라크루아, 잉그르, 알퐁스 드 라마르틴이 차례로 도착한다.
조르드 상드가 도착한 것은 맨 마지막이다.
내가 조르드 상드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어린시절 읽었던 그의 소설 '사랑의 요정' 때문이다.
그리고 난 다섯번의 파리 방문 가운데 맨 마지막에
몽마르뜨에서 그녀를 보았다.
비록 담쟁이 우거진 담벼락 어둠에 몸을 숨기고 보았지만 그녀를 보았다.
나는 이제 파리를 다시 오지 않아도 된다.
남성의 못을 입고, 남성의 이름으로 소설을 썼다.
숲속의 호반을 거니는 자유로운 요정처럼. 한 시대 낭만을 흔들고, 사랑할 자유를 말했다.
그의 소설에서 농부와 귀족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 여자와 남자. 신분과 제도의 경계를 허물고, 사랑에 자유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사랑을 말 할 수 있었던 유럽 최초의 여인이었다. 시대의 목소리나 관습의 언어가 아닌 그의 생생한 목소리는 유럽 벌판에 유미주의적 사랑이,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워야 함을 들불처럼 번지게 하였다.
시대를 넘어서 오늘에도 조르드 상드는 그의 생애와 작품으로
사랑은 굴복이 아니라 해방임을. 소유가 아니라 연대임을 말한다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시랑보다 조건임을.
그리고
사랑의 가면을 쓴 이기주의가 서울의 거리를 활보하는 시간에
나는
잠시 숨어서 조르드 상드를 보고 왔다.
파리 몽마르뜨의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