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그 차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남아공에서 폐차를 운전하는 한 소년을 보았다.

by B CHOI


조벅이라고 한다. 조하네스버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이다.

조벅을 여행할 때이다.

폐차에 올라타서 운전을 하는 소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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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똘망똘망하다.

유리가 없는 유리창을 통해 주시하는 전방이 낮설지 않다.

엔진소리가 난다. 그런데 그 엔진소리는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소년의 입에서 나는 소리이다.


현실은 멈추어 있다.

그러나 멈추어 있는 것은 낡고 망가진 자동차 일뿐이다.


소년은 멈추지 않는다.

엑셀을 밟는다. 차는 발진한다. 위험한 속도로 달린다.

그 차에 탄 소년도 달린다.




차의 쓰임은 사라졌다.

그러나 쓰임이 사라졌다고, 그 차의 있음마져 사라진건 아니다.

차는 거기에 있고

그 있음에 소년이 올라타 있다.



차가 살아있을 때는 자동차이다.

그러나 그 차가 더 이상 차가 아닐 때.

차의 기능이 없어 졌을 때

그 자동차는 비로소 기차가 되고. 비행기가 되고. 잠수함이 되고, 우주선이 된다.


소년은

이제 버려진 쓸모 없는 고철덩이 속에서

우주를 날기도 하고, 심해의 바닷속을 헤메기도 한다.




그 차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소년이 움직일 차례이다.






05 Dec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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