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엔 일출이 없다.
산토리니에 갔다.
아테네에서 비행기를 타고 갔다.
공항이 작다.
호텔은 언덕 위에 바다가 보이고 수영장도 있는 곳이었다.
호텔에서 저녁을 리조또로 먹었다. 해물이 듬뿍 들어가고 올리브가 그득한 지중해식이다.
그런데 너무 짜다. 그래서 그런지 위가 부담스럽다.
밥을 먹으면서 물을 많이 마셨는데도 배가 쓰리다.
밤새 복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잠을 설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일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늦잠을 자면 안된다. 자다가 여러번 깨서 시계를 보았다.
지중해에 떠오르는 태양. 바다를 헤치고 쑥 떠오르는 불 덩어리. 그리고 해수면에 이글거리는 그 잔상.
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묻는다면
나는 내일 아침에 일출을 보고
단연 산토리니의 일출이 최고라고 대답하겠다고 계획했다.
드디어 아침이다.
호텔 창문을 열고 숨 호흡을 한다. 태양은 아직 지중해 아래에 있고. 세상은 어둡다.
일출은 여럿이 보는게 묘미이다.
나는 로비로 나섰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과 함께 일출을 보리라.
그런데 사람이 없다.
호텔 로비에도. 수영장에도. 사람이 없다.
리셉션에 물었다. 오늘 해가 뜨지 않는가요?
내가 아주 우습게 보이나 보다. 시큰둥하다.
결국 떠오르는 태양은 나 혼자 보았다.
혼자보니 별 감동도 없었다.
거리에 나섰다. 사람이 없다.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 당나귀를 끌고 가는 마부들. 식재료를 운반하는 작은 화물차들. 청소차들...
거리는 한산하다. 인적이 드믈다.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11시가 다 되서부터이다.
사람들은 해가 뜨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잔다.
그리고 햇님이 커튼을 지나 얼굴을 간지럽히면 그제사 못 이긴듯이 일어난다.
머리를 감고, 해풍에 머리를 말린다. 바람은 바다에서 온 것이다.
발코니 혹은 시내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하얀 테이블보가 바람에 나풀거린다.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해는 저녁에 즐긴다.
산토리니에 해넘이 명소들이 있다. 여긴 오후 3시만 되면 자리가 없다.
다정한 사람들과 와인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해 지는 것을 즐긴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 정보에
산토리니 해넘이 명소는 많지만. 해돋이 명소는 없다.
한때 우리는 인간을 두가지로 분류했다.
아침형과 저녁형.
아침형인간 하면 개미가 떠오르고, 저녁형인간 하면 배짱이가 떠 오른다.
나는 당연 아침형 인간이다.
나에겐 그것이 선이었고 자랑이었다
그리고 산토리니에서 내 마음의 그런 등식은 깨졌다.
07 Feb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