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는 바보다. 사소한 똥마려움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
겨울바다를 그림으로 그리면 그건 추상화이다. 풍경화가 될 수 없다.
거긴 너무 쓸쓸하다.
겨울파도는 여름보다 난폭하다.
해변을 걷는 것은 낭만이 아니다. 나를 밀어내려 하는 바다 바람과 버티기 내기를 하는 듯하다.
바다건너 불어온 칼 바람은 예리한 칼날이 되어 노출된 나의 뺨을 여지없이 난도질한다.
해파랑 44길.
그 길은 철 잃은 해수욕장에서 시작한다.
모래와 파도와 바람과 소리와 바다. . 사람은 없다. 멀리 하나 둘 보일 뿐이다.
화장실에 갔다.
추위를 피할 목적은 아니었다.
그런데
화장실은 잠겨 있었다. 겨울엔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다.
화장실 문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거기서 똥 덩어리를 보았다.
화장실 문 앞에 냉동 건조된. 그렇지만 형태는 확실히 식별할 수 있는 한 덩어리 똥을 보았다.
바다 쪽이다. 바다 조망이다.
얼마나 급했을까.
그리고 화장실 문이 잠긴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절망 했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그 바다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바다를 보고 쪼그리고 앉아서 얼마나 떨었을가.
얼마나 불안했을까.
뻥 뚫린 화장실 문 앞에서 혹시라도 누가 나타날까봐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바다에 가까이 사는 사람은 굳이 겨울바다를 거닐지 않는다.
먼 길을 달려 왔을 것이다.
혹은 그래야 할 무슨 사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훌쩍 떠났거나. 혹은 긴 시간 마음의 준비를 했거나 했을 것이다.
어제 먹은 곰치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매우 급한 일이다. 그건 당해본 사람만 안다. 세상에 너도 없고 나도 없고 오직 화장실만이 희망이다. 인간은 그 앞에서 더이상 존엄하지 않다.
그런데 그 화장실 문이 잠겨 있다면. . . .
겨울 바다는 바보다.
똥마려움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
2026. 24 F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