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미를 갔다오지 않은것 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살려한다.
기
모든 시간은 끝이 있다.
괴로움도 즐거움도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시간은 이 또한 지나간다.
한달 넘게 여행을 어떻게 해 낼 것인가 걱정했다.
하지만 여행은 인생처럼 끝이 났다. 지나고 나니 한 여름밤의 꿈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운항한 시간보다 잔여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며 집에 왔다.
2박 3일을 잤다. 죽은 듯이 잤다.
여행계획 한달
여행 한달
그리고 여행 곱씹기와 여행기 쓰기 네달
2025년은 그렇게 갔다.
승
관성의 법칙은 영혼에도 적용이 되나 보다.
몸은 여행이 끝이 났는데
마음은 아직도 그렇다.
눈을 뜨고 침실 문고리를 열고 나서면, 복도가 있고,. 그 복도 끝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조식 부페의 빵굽는 냄새가 날 것 같다.
지하철을 타면 그게 출근길 지하철이 아니라 오얀따이땀보를 떠나는 잉카레일 같기도 하고.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면, 산티아고 시청앞 노상카페가 이어지고, 거기서 에스프레소와 작은 크로아상 한 개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무실 창 밖에 보이는 남산이 엘찰텐의 불타는 고구마처럼 보이기도 하고,
길가 화단의 꽃들이 파타고니아, 바람 불던 그 평원에 이름모를 들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히말라야를 순례한 류시화 시인이라든가. 스위스를 여행 한 니체처럼
나도 남미를 여행하고 나면
뭔가 성숙하고 꺠달음이 있을 줄 알았다.
역시 그런일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는 듯 하다.
단지 감사하는 마음이다.
나에게 가려는 욕망이 있고. 그것을 실천할 용기가 있었음이 참 고맙다.
남미 그것은 나에겐 그것이 행운이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행의 감동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착하게 살으려 한다.
전
촐랑대지 않겠다.
넌 남미를 가 본적이 있느냐고 약 올려도. 마추픽추가 외계인 마을이라고 해도.
남미는 광견병 예방주사 안 맞으면 못 간다고 해도. 삼바축제가 범죄와 마약과 그런 축제라고 해도. . .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듣기만 하려 한다.
아는 척 하지 않겠다. 고작 한달 다녀와서 뭘 안다고.
남의 마음을 다치거나, 다른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서지 않겠다. 스스로 남미를 이해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겠다.
그리고. . . .
남미를 안 다녀온 사람처럼
이제 남미는
저고리 속 주머니 깊은 곳에 넣고. 없는 것처럼 잊고 살다가.
친구를 잃은 날, 황혼이 유난히 붉은 날에는
주머니에서 남미 하나 꺼내서 다시 보려 한다.
결.
La vida es tan bella!
남미에서 배워온 스페인어 이다. 난 남미에서 난해한 분위기마다 이 한 문장의 스페인어로 그 분위기를 탈출했다. 나에게 남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단순하다.
La vida es tan bella!
인생은 참 아름답다.
살아있음이 고맙고, 헤어짐이 축복이다.
에필로그
시베리아에 가고 싶다.
식구들은 또 걱정하고 고민할것이다. 그래서 아직 말도 안했다.
죽기 전에 가야 한다 길래. 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가려 한다.
영하 50도의 추위가 내린 그 길을 따라서
블라디보스톡에서 기차를 타고, 이루쿠츠크를 지나서 하바로브스키. 모스크바. 그리고 상트 폐테르부르크까지
동토를 달리고 싶다.
눈 덥힌 자작나무 숲 사이로, 방울소리 울리며 마차를 타고, 얼어버린 시간들과 미학과 사상과 나의 청춘을 찾아서 달리고 싶다. 얼음궁전에서 왈츠를 추는 요정도 만나고, 라라도 지바고도. 오 somewhere my love여. 톨스토이와 뜨르게네프가 있고, 차이콥스키가 있는. 막심 고리키가 손짓하는. 인형이 호구를 까는 그곳으로 나는 가고 싶다.
‘할아버지 혼자떠난 시베리아 여행’의 여행기를 쓸 수 있기를.
그리고
사실 브런치를 연재할 때에
단 한 명이라도 함께 즐거워 한다면 그 분을 위하여 여행기를 끝까지 쓰리라 마음 먹었었다.
여러 번 ‘인기 있는 브런치글’ 또는’뜨는 브런치’에 리스팅 되었고, 조회수가 4000이 넘는 글도 있었으며 Vol 별로 만명이 훨씬 넘는 방문자가 있었다.
조회수가 많으면 좋아하는 나를 보면서, 나도 어쩔수 없는 속물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맙다.
허접한 나의 여행기를 읽어 주시고, 공감하고, 라이킷 해주신 모든 분들이 참 고맙다.
따뜻하신 분들이다. 그 분들에게 사랑과 평화가 넘치기를. 하시는 일들마다 뜻을 이루고, 일상이건강하고 즐겁기를 기원한다.
+나는 이번 남미 6개국 여행으로 이제 방문한 나라가 90개가 되었다
내가 방문한 나라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사진 그리고 화폐가 전시된 ‘세계 화폐 박물관’이다.
혹시 다녀온 나라와 가고 싶은 나라의 사이버 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다면, 이 소박한 박물관장에겐 그 보다 더한 영광이 없을 것 같다.
25 Jul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