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 마주한 도시
아주 먼 곳에 있어 나와는 인연이 없을 거라 여겨왔던 도시
이런 감정은 왜 드는 걸까
여행 내내 사라지지 않는 생각
굽이 굽이 모난 도로 위를 다니며
내 마음이 불안했던 건
어쩌면 내 안에 감춰진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서
세상 높고 화려한 건물
낮과 밤이 너무도 달라
왼편의 얼굴과 오른편의 얼굴이 무섭게 다가와
마치 냉혈과 온열의 자아가 소리 없이 숨어있는
내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게 느꼈을지도
준비되지 않은 채
잔뜩 들어버린 바람.
보석을 덕지덕지 붙이며 부풀어지는 풍선처럼.
아무것도 없다 못해 빚진 인생이
조명기구를 온몸에 휘감아 밝히며
구애하는 삶처럼 슬퍼 보인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