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大寒

新舊間

by 휘진

20일은 대한이었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더니 올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작년에도 포근했던 건 아니었지만 올해는 정도가 심한 듯하다. 봄을 준비하기는커녕 여전히 패딩의 솜이 뭉쳐지지 않게 팡팡 열심히도 두드려야 될 것 같다.


여차저차 두 번째 절기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는 힘껏 놀고먹는 요즘 다음 절기까지 남은 시간들을 세면서 시간이 오고 감을 체감한다. 소한을 맞이하고, 일본을 다녀온 지 한 주 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다음 주면 1월이 끝난다. 그리고 다음 주면 봄이 시작된다. 모든 것이 아직 겨울인데 이름표만 바꿔 끼우는 입춘이 벌써 가시권이다. 시간은 참 빠르다고 생각이 들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흔들린다.


지금 당장은 구직이 제일 큰 산이다. 주변에서 소식이 들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자격증 승단에 성공한 대학 동기, 3달 가까이하던 공사가 끝이 났다는 고교 동창, 복학을 준비하는 한두 살 어린 지인들까지 누구 하나 나태하지 않다. 자신에게 회의감이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말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겠다 싶어 구직 정보는 알아보고 있다. 채용까지 바라보고 길게 모집하는 곳을 준비하면 조금 더 꼼꼼하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름 길게 잡은 기간이니 만큼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적금 이자가 있고, 나는 운동을 할 시간도, 취업이 아닌 다른 걸 준비해 볼 시간도 있다. 연휴가 끝나면 운전면허라도 준비하려고 한다. 필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하고, 어깨너머로 배운 도로 위 상식들이 있는데 살을 붙인다고 생각하면 이게 공부는 공부지만 그렇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또, 운전도 하고 싶다. 내가 맡을 일의 한계가 확장이 되고, 내가 일을 하러 갈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난다. 여러모로 두 발로 다니는 것보다야 선택지가 넓어지니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졌단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도 무서워서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배웠는데 운전도 겁이 나는 건 마찬가지이다. 겁도 겁이지만 욱하는 성질머리부터 어떻게 해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에서는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의 7일 정도를 신구간이라 한다. 집안 수리, 행사를 해도 손색이 없다며. 내일은 다시 너저분해진 방을 치우려고 한다. 좋든 나쁘든 잡생각이 많은 시기라 생각이 된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글을 써놓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단 지금의 글을 보면 분명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야 된다. 몸이라도 움직이면 머리라도 조금 덜 쓰니까 진정하자는 의미로 어질러 놓은 생각만큼 어지럽혀진 방을 정리하면서 다시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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