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그럴까?
여태껏 잘못 알고 있었다...! 당연히 1월에 있는 절기가 첫 절기인 줄 알았건만 24절기의 순환은 입춘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세상에.
마음에 드는 부제를 적었다고 생각한다. 이 봄의 시작에는 반드시 추위가 있다는 뜻으로 꿔다 해도 한다는데, 반문하고 싶었다. 입춘이 임박할 때까지 정말 추웠다. 열이 많은 편이라 한 겨울에 집에서 민소매만 입고 있는 편인데도 지난 열흘 정도는 날이 추워서 남방을 걸쳐 입고 지냈다. 입춘이 다가오자 거짓말처럼 날씨가 풀렸다. 완전히 풀린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코트 꺼내 입어 멋 부리고 다니기 좋은 것 같다. 포근한 양털 플리스만 입고 나온 사람들도 길거리에 보인다. 앞으로 두 절기 정도만 더 지나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용산의 벚꽃이 개화시기를 보란 듯이 비웃고 피어날 것이다. 이 벚꽃만 생각하면 입춘 풍속의 말을 더더욱 반박하고 싶어진다. 과연 추울 것인가?
입춘은 입춘이고, 추위도 추위다. 서론과 별개로 최근엔 쌀쌀했다. 머리 속도 감정도 혼잡한 상태로 매서운 찬 바람에 얼어버렸었다.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취업 때문에 쓰기 시작한 자소서도 한 역할하지만 워낙 집구석이 예민한 사람들만 모여있다 보니 서로가 거슬렸다. 싸우지 않으려고 하니 곪을 수 밖에. 차라리 딱지를 뗄까 했지만 떨어진 것이 아닌 떼어 낸 딱지는 꼭 피를 한두 방울 씩 내보내는 것을 알고 있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아물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친구 좋다는 말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연고 같은 녀석 덕분에 참 이상하고 어이없게도 딱지는 떨어져 나갔다. 내 감정이 친구보다 옅지 않고, 친구의 감정이 나보다 옅지 않다. 그냥 서로가 등신이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우울한 얘기 같은 건 나누지도 않았다. 그냥 등신 답게 바보 같은 짓 하면서 같이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담배도 피웠다. 멍청한 걸 좋아하는 나는 친구의 그런 행동에 실성했다. 답답하고 약간 속 터질 거 같은데 그게 참 밉지 않다. 어이 없어 웃다 이내 실성한 듯 웃었다. 정신을 놓으니 모든 게 편했다. 어렵게 생각할 건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강제에 의해, 누군가가 떠밀어서 하는 것이 아니란 걸 분명 알고 있었고 글로도 풀어낸 적이 있으면서 망각해버렸었던 사실을 친구 덕분에, 그냥 웃다가, 정신 놓고 웃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 기억해 냈다.
이 방법이 과연 멀쩡한 방법이었을까...라고 생각하면 절대 아니다. 절대 평범하지 않았고 멀쩡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냥 패트와 매트일 뿐이었다. 그게 도움이 됐다고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고... 이내 모든 게 편했다. 자소서는 술술 써졌고, 더 나은 내용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응시 지원을 했다. 미루고 미뤘던 자격증도 신청했다. 특송으로 보낸 우편이니 앞으로 2주 정도면 난 국가 자격증 2개 보유자가 된다. 취업은... 모르겠다. 내 일이라 내일이 안 보이는 거겠지. 가족의 취업이나 남의 운세는 맞춰놓고 참. 여하튼, 부제는 내 최근 마음가짐도 관통한다. 분명 겨울이었다. 봄을 준비하기 좋은 시기에 준비는 커녕 바람만 잔뜩 들어온 감정이었는데 막상 봄에 들어오니 그런 것은 바람 타고 그대로 사라진 것이 되었다. 꿔다 해도 추울 것이다. 그럴까? 봄은 이제 막 시작했지만 아니라고 확신한다. 실제 날씨는 추울지언정, 나는 다시 얼어붙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