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는 비워야만 채울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다소 역설적이게도 채워지며 비워지는 것들 또한 존재한다. 어쩌면 전자의 의미가 후자일 수도 있고. 나는 주로 가사나 책의 한 구절, 만화나 드라마의 대사 같은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이 글의 제목은 웹툰 '내일'에서 받아 온 영감 또는 인용, 재해석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글을 통해 그 영감들을 풀어놓으며 난 가득 채워놨던 내 속과 감성, 감정들을 비워내거나 또는 덜어낸다. 그만큼 비워냈으니, 반대로 채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부정적인 것만 비워낼 것이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도, 긍정적인 감정도 모두 비워낼 것이다. 우울, 분노의 늪에 빠져있다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할 것이다. 분노와 흥분은 이성과는 아주 거리가 멀고, 매사에 침울하다면 그건 그것대로 슬픈 일이다. 사소한 행복도 눈치챌 수 없다니. 반대로 행복도 해소가 필요하다. 그 달콤한 감정은 어쩌면 눈을 멀게 만들어 모든 일들 뒤에 숨어있는 이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게 할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특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은 더 이상의 불행은 원하지 않고, 겪었던 불행만큼이나 큰 행복을 원할 것이다. 모두가 행복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행복'만' 할 수는 없다. 행복하기만 한다면 우울과 같은 어두운 감정을 모르겠지만, 항상 행복하기에 행복 또한 행복인 줄 모를 것이다. 그 극적이고 역동적인 감정을 아주 평범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편이 나는 더 불행하다 생각한다.
조금 전으로 돌아가 우울, 분노 등을 어두운 감정이라 했지만 과연 부정적이기만 할까? 세상에는 어지간하면 없어선 안 될 것들이 많다. 서로가 서로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적절한 분노는 내게 날아오는 멸시와 비수, 부정, 모진 것들에 대해 적당하고 정당한 해소를 할 수 있다. 적절한 우울과 침체는 들떠있는 나를 한 번 멈춰 세워준다. 이를테면 과속 방지턱 같은 것이다. 한 번 리프레시 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니까. 이러한 다양한 감정들을 통해 저울의 균형을 맞추고, 비우며 채우고, 채움으로써 비운다. 잿빛, 무취의 감정을 비워내며 기쁨 같은 것들을 채워간다. 반대로 기쁨의 절정에서 지나친 빛을 조금 가리기 위해 아쉽고, 후회될지라도 잿빛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서랍장을 정리하는 것처럼 아주 일상적인 일이다. 가득 찬 서랍을 정리하며 더 이상 쓰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은 것, 낡고 오래된 것들을 비워내는 그런 청소와 같은 정렬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며 심화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주아주 묵혀뒀던 글에 대한 욕구도 지금 해소해 내었다.
영감으로 가득 찬 욕구를 비우고, 새로운 영감을 가득 채워질 시간을 기대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