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까지도 껴안으리

by 휘진

지금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만나게 될 시간과 그동안 만났던 시간 속의 고통까지도 껴안아, 다정히 품어보겠다. 매섭던 추위가 어느새 눈 녹는 듯이 사라져버리고 꼭 내리고 다니던 소매를 걷고, 항상 걸치던 외투는 벗어던지게 되었다. 그제야 내 고통은 모습을 드러낸다. 앞으로도 남게 될 2018년의 흔적이다. 이 흉터는 지금과 앞으로도 함께 할 고통이다. 날이 풀리다 못해 낮에는 덥기까지 한 요즘에는 그 손목을 드러내고 다니게 된다. 날이 더우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내 상처는 애써 숨기고 다니지 않기에, 또한 나를 먼저 알아봐주는 이들이 주변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 흉터는 내 약점이 될 수 없고 내 치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한 지난 날과는 다르게 이제 나와 꽤 많은 해를 지낸 이들이 많다. 처음부터 이것을 알던 이들은 조금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상처를 이겨내려는 나를 보며 이제 아무런 편견과 심리적인 보호 없이 나를 대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모른 채 살가운 미소를 보내던 이들은 조금은 꺼림칙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그렇게 짐작만으로 결정지을 수 없지만, 이런 것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정적인 언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


"곧 입대한다면서요. 군대, 걱정 많을 텐데 괜찮아요. 사람이 문제죠."

"맞아요. 사람이 문제죠. 괜찮을 것 같아요."

"OO 씨는 어른스러워서 잘 할 거 같은데, 조심해요."

"왜요?"

"가끔 바이올린 켜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조금 민폐 주고 이상한.(손목을 비비며.)"


그는 내가 그 바이올린을 켠 사람인 걸 모른다. 나도 굳이 알려 줄 필요가 없기에 말하지 않았다. 내게 그런 상처가 있다고 해서 그가 갑자기 말을 바꾸는 모습 같은 걸 보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그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내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그가 표현하는 관심을 받기 위한 자해 역시도 자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해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개인의 환경과 심리라는 것은 무엇하나 보편적인 것이 없으니 말이다. 애정결핍이 원인일지도 모르고,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상처를 내는 그 행동이 위험하지 않다 말할 수는 없다. 분명히 위험하고, 다소 흐린 판단의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유가 무엇이든 감히 짐작해 말할 수 없다. 내 경우는 그 늪에서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그것만이 최선이었기에.



누군가에게 먼저 이 상처를 밝히는 것이 나의 약점을 공개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나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까지도 버리게 될 수 있다. 이게 흔한 것은 아니니 등을 돌리더라도 그 사람을 누가 악인이라고 할 수 없다. 절대로. 결국은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끝없이 고뇌하고, 끝없이 착잡해하며, 끝없이 밝혀내며 내가 더 아파해야 한다. 동정은 필요 없고, 그것이 필요할 때는 한참 지났으니까 말이다. 이젠 이 상처에 내가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지만 막상 그렇지만도 않았단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내 가장 큰 고통은 내게 가장 큰 선물을 주었다. 고통이 표출되며 나온 내 상처는 내 성장을 이끌었고, 그 과정을 끝까지 같이 해 준 사람들을 얻었다.


나는 그러니 기꺼이 안고 가겠다는 것이다.

지나온, 지나고 있는, 지나게 될 모든 고통들까지도 기꺼이 감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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