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至

가장 긴 어둠과 가장 짧은 빛.

by 휘진

12월 13일에 전역을 하고 일주일이 조금 넘은 9일째 되던 지난 22일은 동지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쓴 두 가지 글을 제외한 지금 글이 저장된 글이 아닌 것으로는 첫 번째 글이다. 소제목을 달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제목 칸을 한 줄로 길게 나열해야 쓸 수 있는 부제목을 제목 밑에 달 수 있다는 것은 글의 배치까지도 눈에 읽기 편하게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내게는 더없이 훌륭한 UI다.


가장 긴 어둠과 가장 짧은 빛, 말 그대로 이 절기는 달이 가장 오래 머물고, 해가 가장 빨리 저무는 시기이다. 전역의 자유가 즐거웠던 걸까. 나는 절기 따라 가장 긴 밤에 눈을 뜨고 있고, 그 반대에 눈을 감고 있는 것 같다. 낮과 밤을 바꾸지 않아도 별 다른 일은 하고 있지 않음에도 그 시간들을 바꾸었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고, 이대로 가다간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로 뭐라도 하려는 사람이 돼버릴 것만 같아서 다시 낮과 밤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최근 2년 동안은 항상 어둠 뿐이었다. 그만큼 불우했고, 우울했고, 절망적이었단 소리는 아니다. 아니... 사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3교대로 일을 하다 다 망가져버린 몸의 리듬, 일을 그만 둔 바로 다음 달 입대, 그렇게 21년과 22년의 12월까지 보낸 시간들을 말 그대로 인생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2년 동안 심적으로는 그래도 그다지 어두컴컴하지는 않았다. 밝으려고 애썼고 개인적으로 성장도 했다고 생각한다. 무뎌졌다기보단 이성적, 객관적인 시선이라 할 수 있을 것을 얻은 것은 지금까지 감정적이고 감성적으로 조금 요동치는 시선과 가치관만을 가졌던 나한테는 엄청난 수확이다. 하지만 그 요동치는 마음을 너무 많이 잃어버린 모양인지 '너무 메마르게 얘기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엄청 듣는다. (笑). 그 간격을 조정해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유쾌한 척 너스레 떨고 그때 들었던 노래들을 들어봐도 기억은 생각보다 그렇게 힘이 있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내가 그때의 나를 그다지 그리워하지 않는지, 조정해야겠다는 노력을 9월부터 하고 있는데도 큰 변화가 없다. 그 이성과 감성의 조정은 지금 당장은 내게 어둠이라고 할만한 것이 아닌지 빛을 보여줄 생각을 하지를 않는 것 같다. 사실, 지난 시간 동안 내 어둠은 그것이 아니었으니 조급하지는 않다. 내게 있어 큰 어둠은 20년의 12월부터 22년의 12월까지였다. 2년이라는 내게 가장 긴 어둠을 통과해 내면서 12월 13일, 전역이라는 아주 짧은 빛을 봤다. 그 빛은 벌써 지나가고 없어 이제 나의 내년에는 새로운 숙제들만 던져질 것이다. 취업도, 면허도, 여러 자격증도 계획해야 한다. 디테일은 아직 그릴 때가 아니라 구도만 잡아놓은 미완의 스케치북 같은 요즘이다. 성장하는 것도 나는 중요시하는 가치 중 하나라 내년의 숙제도 아직도 하고 있는 두 가지의 조정도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다. 내가 심신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란 것은 잘 알지만 욕심도 많은 사람이란 것도 잘 알고 있어 나는 할 수 없단 걸 알면서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발버둥, 또 발버둥 칠 것이다. 점점 숨소리를 키워가고 있는 2023년의 시간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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