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驚蟄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

by 휘진

지난 3월 6일은 경칩이었다. 추위의 끝인 춘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봄이라고 하기엔 초여름에 가까웠던 지난 한 주였지만 비가 내리며 잠시 열기가 식었다. 이대로 가기 아쉽다는 겨울의 발버둥일까, 아직 좀 더 겨울잠을 자고 싶은 피곤한 모든 것들의 움츠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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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린다는 글을 쓴 지 한 달도 안 걸려서 취업에 성공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새벽까지 불태웠던 클럽의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아 얼굴에 홍조를 띄운 채로 서류 합격, 바로 다음날 오전 면접, 주말을 쉬고 지난 월요일부터 바로 출근했다. 경칩이 다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글을 써야겠다고,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새벽까지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생체리듬을 출근 시간에 적응시키는 일이 버거워 그만 주말까지 미뤄버리고 말았다. 그 사이에 글감이라도 생겼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경칩의 말처럼, 나는 많이 늦은 겨울잠을 깨고 바빠지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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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의, 어쩌면 열기와도 같았던 온기와 주말에 내린 시원할지도 모를 차가운 비는 이제 나무와 꽃잎에 초록색이 돋아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용산의 벚꽃은 아마 3일 전에 피어났을 것이다. 보러 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가장 가까운 주말에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요즘이 가장 살고 싶다고 강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아주 다른 분야도 아니다. 가정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은 청소년 다음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복지의 분야다. 일도 일이다. 물론 힘들고, 입력값이 많기에 터질 것만 같지만 나는 배우면 되니까, 배워나가는 사람이니까 괜찮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떨리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라 할 줄 알게 되는 것은 매우 즐겁다. 행복까지는 아니지만 분명 즐겁다. 출근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싫으면서도 월요일 날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좋다. 분명 다음 달이면 하기 싫다고, 짜증 난다고 말하고 있을 수 있겠지만 일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좋게 말해 부지런, 나쁘게 말해 을의 마인드가 날 여기까지 이끌었으니 이번에도 기꺼이 끌려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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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이 살아나는 이 절기에 이런 들뜬 마음을 풀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깊이 잘 됐다고 느낀다. 완전한 빛은 어색하다. 완전한 어둠은 불쾌하다. 약간의 어둠을 품는 빛. 그 흐름의 이번 봄을 지켜, 이어나가고 싶었고 아직까지 그럴 수 있어 약간의 미소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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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뭔가 나도 모르는 신기라도 받았는지 느낌이 아주 좋다. 취업 실패까지 포함해서 3전 3승. 괜한 설레발이지만 이번 해를 살아내면서 하게 될 수많은 추측과 예상들이 빗나가지 않기를.

감히, 오만할지라도, 내 선택들이 항상 들어맞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