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행복을 좇을 거야?
춘분을 지나 청명으로 가고 있다. 겨울은 춘분이 오기 하루 전, 그제야 죽었다. 아니, 그제야 잉태되었다. 그 차디 찬 호흡은 미약할지라도 존재감이 없다 할 수 없었다. 낮과 밤이 비슷해져 가는 지금, 이 봄과 다음의 여름이 겨울을 품어버렸단 걸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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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은 날씨를 보아 해를 점친다고 한다. 바쁜 나머지 날씨 같은 건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모처럼 회사를 다니게 됐는데 일이 바빠서 보람보단 피곤함이 더 우선이 된다. 그래도 내 운세를 점쳐야 하니 기억해 내자면, 모처럼 머리에 왁스를 발랐고, 내부 회의였지만 외부 인력을 만났다. 입사일이 딱 한 달 차이 나는 팀원과 같이 퇴근을 했고 적당히 쌀쌀한 날에 곧장 지하철을 타지 않고 한 정거장 정도는 걸어갔다. 그날은 무척이나 정신이 없고 기가 허했지만, 그럼에도 잘 마무리되어 평탄한 하루였다. 구름이 없지는 않았고. 어디까지나 느낌이고, 이 속신은 비과학적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말하자면, 올해 여름은 무척이나 더울 것이다. 여느 여름이랑 비교해도, 비교 자체가 무색하게 덥겠지만 푸른 여름일 것만 같다. 찌는 더위가 아닌 따가운 더위가 이번 여름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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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좇고 싶다며, 작년 이맘때 그랬잖아. 어때? 이뤄냈어?'
"아니, 보기 좋게 실패했지. 불행하진 않았어. 아마 그랬을 거라 생각해. 그렇지만 행복하지도 않았어."
'그게 행복한 거 아닐까?'
"그렇지. 그럴 수 있는데 작년의 나한텐 관통되지 않는 말이야."
'어째서?'
"행복하다!라고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건데 그러진 않았으니까. 사실 지금이 더 나아."
'그래도 올해는 잘 좇고, 쫓아가고 있구나.'
"응.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집에 오면 일 때문에 푸념만 늘어놓기 일쑤고, 기운도 없지만 그래도 일을 한다는 게 나는 좋아. 식사 자리에서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아지더라고."
'(笑) 그래. 그런 거지. 별 거 있겠어.'
"맞아. 거창한 행복을 갖고 싶었지만, 우울해지려고 땅을 파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돼 요즘은. 좋은 거야. 우울해지지 않으니까 좀처럼. 무던해진 것보단 그만큼 건강해진 것 같아."
'그럼 거창한 행복은 이제 필요 없어?'
"아니. 그럼에도 필요해. 올해의 나는 사랑을 할 거야."
'어떤 사랑? 연애라도?'
"아니, 연애는 아니야. 연애도 사랑이지만 내가 말한 사랑은 연애가 아니야.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싶어. 그게 내 사랑이야."
'간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을 잘 포기하지 않잖아.'
"그래서 어려운 거야. 사람을 포기하지 않으니까, 바빠도 포기하지 않으니 나를 쪼개야만 해서 어려워. 시간은 부족하거든."
'그게 올해의 거창한 행복이고, 좇고 싶은 행복일까?'
"맞아. 그게 내 올해의 행복이야. 다시 태어날 겨울에는 그 추위에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고 싶어."
'추상적인 22년이었는데, 23년은 형용할 수 있는 행복이 생겼구나.'
"잡을 수 없는 것이 행복이지만, 이건 뭔가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잖아. 이렇게 말하는 게."
"올해의 나는 행복할 거야. 누가 나를 동정하고 불쌍히 여겨주더라도 그건 사양하고, 고마워하고 말 일이야.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그만이야. 업무량이 많아도, 설령 주변에 한 명만이 남게 되더라도."
보란 듯이, 보란 듯이 웃어 보일 거야.
있지, 난 지금 자신감이 넘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