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4개의 계절, 12번의 달, 24번의 절기를 합하여 겨우 1년이 되는 매년, 앞으로 있을 무수한 1년들은 언제나 농사와 다를 바 없는 과정들이다. 봄이면 씨를 뿌려, 여름 동안 잘 견디게 지켜내어, 가을에 그 결실을 수확하여, 겨울에 그것들을 부유하는 것. 인간 개인의 성장도 농사와 같이 꼬박 1년 가까이 키워내 결실을 맺는다. 벌써 봄은 지났고, 이제 입하만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이 죽어버린 것에 대한 글을 쓴 지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겨울의 숨통을 끊어버린 봄마저도 여름의 심장소리에 잔뜩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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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여름이라고 벌써 이야기 하고 싶다. 빨리 피어난 벚꽃은 그만큼 빨리 떨어져 버렸고, 모진 날씨에도 견뎌낸 나머지마저도 매주 한 번씩은 꼬박 내리던 비에 자취를 감췄다. 물과 꽃잎을 양분 삼은 나무는 이제 그만 여름과 함께 하겠다고 말하는 듯이 무수한 초록색 잎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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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도 빨랐지만 올해도 역시 빠르게 흐르고 있다. 전역한 지는 벌써 네 달이 넘었고,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도 3달이 되었다. 수습 3달을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벌써 수습 2달 차 평가 기간을 2주 정도 남겨두고 있다. 지금까지 지낸 그 어떤 시간들보다 빠르게 지나갈 5월과 올해의 어린 여름이 벌써부터 날 잡아끌고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곡소리를 내며 한편으로는 즐겁게 웃어 보이고 싶다. 즐겁지 않은 순간이 분명 있고, 그럼에도 즐길 수 없는 순간이 오겠지만... 욕심에, 고집에, 미련한 성격을 가진 나는 아직까지는 이 모든 일에, 그저 할 수 있음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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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올해의 곡우는 4월 20일 목요일이었고, 실제로 비가 내렸다. 올해는 분명 풍년이 들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니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이다. 못할 것은 없다. 도움 받고 손을 뻗으면 분명 잡아줄 사람이 있다. 이런 느낌의 문장을 쓸 때 자주 쓰던 문장이 있었다.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했던 말, '등 뒤에서 따라 걷는 사람, 밀어주는 사람.' 하지만 지금 와서는 정말 사치스럽고 건방지게도 필요 없다. 지켜만 봐주길 바라며, 지켜봐 줄 가족들은 이미 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기적이지만 날 끌어당겨 줄 사람이 있길 바란다. '여기까지 올 수 있어.', '너는 이것보단 더 올라올 수 있어.' 라며 내 길의 선봉이 되어줄 사람. 어떻게 보면 올해는 꼭 하고 말겠다는 사랑보다도 찾기 어려운 것이지만, 사실 알고 있지만, 욕심마저도 크게 가질 수 없다면 그건 너무 재미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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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소진은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