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立夏

여름이 시작되다.

by 휘진

무성한 잎, 새파란 하늘, 둥실둥실 떠 있는 솜사탕 같은 구름이 세상을 덮고, 가벼운 옷차림에 가끔 불어올 바람을 맞으며 찌는 듯한 더위에도 시원하다며 웃을 수 있는 계절이다. 봄의 저항은 비를 마지막으로 멈추었고, 여름은 그것마저 양분삼아 찾아올 더위의 절정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얼마나 더우려나.‘, ’전기세는 얼마나 나올까.‘ 일상의 두려움은 벌써부터 자리 잡으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계절이 너무 좋아, 지금 내가 건강하지 않다하더라도 올해 여름만큼은, 만끽하지 못한 21년과 22년의 여름의 몫까지 더 즐겨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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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여름을 아주 못 보낸 것은 아니었다. 5월에만 제주도, 강릉, 부산 여행을 다니며 20대 초반의 여행을 몰아서 즐겼고, 여름에 입대하였다. 22년은 여름에만 휴가를 두 번을 나갔다. 그렇지만 완전한 자유는 아니었던지라 그런 약간의 구속감이 만족스러운 여름을 보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 시간을 지나 자유로운 여름이 왔다.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점이 시간의 제약을 주겠지만, 그래도 여름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가족 여행으로 말이다. 미룰 수록 시간 맞추기만 더 힘들며, 평생을 해외라곤 가 본 적이 없는 우리 엄마가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다른 나라의 풍경을 보았으면 했다. 그렇게, 이번 여름은 꼭 근사하게 만들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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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도 일을 꾸준하게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여행 자금이 한 푼, 두 푼이 드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자신은 있다. 내일부터 수습 마지막 달이 시작이고, 마지막 평가가 시작된다. 자신이 있다. 자신감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자만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내 능력은 무경력 2달차 직원이 보여줄 수 있는 능력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당하게 1순위로 선발 된 이유를 이미 보여주고도 남았다고 생각한다.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하지만, 약간 타이트한 이 느낌도 아주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은 않아 조금은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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